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대법원서 중징계 처분 취소 승소
2심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2개 항목만 인정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에서 받은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이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 함 회장과 하나은행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와 중징계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에서 전부 패소했으나 2심(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2심) 판결에 법률적 문제가 없을 때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는 결정이다.
30일 뉴스핌이 2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함 회장 재판의 승패를 가른 쟁점은 법률 해석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의 구별이다.
2심에선 위법·부당행위 항목 중 펀드 불완전판매와 부당한 재산적 이익 수령에 대해선 1심과 같이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함 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린 근거가 된 펀드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항목에선 1심과 해석을 달리했다. 1심에선 세부적인 처분사유 10개 중 7개 사유을 인정했고 3개 사유를 불인정했지만, 2심에선 함 회장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2개뿐이며 나머지 8개 항목은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함 회장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담당 PB조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한 걸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기존 투자자정보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내규상 별도로 설정하는 내부통제기준 마련하지 않음 ▲ 투자자성향등급 산출결과를 고객에게 확인받는 절차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하지 않음 등 2개 항목만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만 인용했다.
2심은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항목에서 ▲투자자성향등급을 임의 상향시키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점검절차 기준을 마련하지 않음 등 4개 세부항목을 불인정했고,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점검기준 마련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 사유만 인정돼 징계 수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정당하지 않다"면서 "기존 징계를 취소하고 징계 수위를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과 관련 (함영주 회장은) 최종 감독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금융감독원장의 제재양정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해석이다.
앞서 비슷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법정에서 재판부는 "현행 법령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함영주 회장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정도가 크다고 봤으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가 소홀했다는 게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