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 작가 청예의 SF 미스터리
SF x 미스터리 x 리얼리즘을 한데 버무린 서사의 향연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 문학상 최우수상,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등 최근 2년 사이 문학상을 휩쓴 청예 작가가 장편소설을 내놨다. 로맨스 소설부터 미래 기담 SF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청예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오렌지와 빵칼'(허블)이 그것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설 '오렌지와 빵칼' 표지. [사진 = 허블 제공] 2024.07.24 oks34@newspim.com |
현대 사회에서 자기 검열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가끔은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강화되고, 남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각박해진다. 검열의 범위는 타인으로까지 번진다. 각자의 정의가 강해질수록 권리처럼 행해지는 타인을 향한 재단과 편견은 '노키즈존', 'SNS 마녀사냥'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그것이 '선'이라 고집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반기를 든다.
'웃음을 상실한 지가 너무 오래됐다'라는 서술로 시작하는 '오렌지와 빵칼'은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작가는 27세의 유치원 교사 오영아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뇌 시술을 연구하는 '서향의학연구센터'에서 오영아는 4주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정서 조절' 시술을 받는다. 그 여파로 통제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스프링처럼 눌려 있던 욕망, 자기 합리화, 분노, 억울함이 폭발적으로 튀어 오른다. 그녀는 파괴적인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독자는 통제 불가능한 오영아를 관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시술의 효과가 사라지는 날은 매정하게 다가온다. 그녀에게는 과연 어떤 종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현실감 넘치는 설정과 등장인물의 면면은 과장되었음에도 언젠가 만나본 것처럼 익숙하다. '정서 변화 시술'이라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든 장치는 감초처럼 기능한다. 욕망과 충동, 위선과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강렬한 반전이 찾아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누군가는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볼 것이다. 가볍게 시작하고 무겁게 끝나는 소설이다. 소설가 정혜연은 "유쾌한 필체로 유려하게 쓰여가는 이야기가 공감을 넘어 그것을 마치 내 얘기라고 받아들이게 한다"고 평했다. 값 12,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