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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암구호' 김민기, '종이연'이 되어 하늘로 떠나다

기사입력 : 2024년07월22일 12:29

최종수정 : 2024년07월22일 14:22

가수 이전에 시대와 맞서 싸우던 우리 시대의 든든한 뒷배
무명 연기자와 싱어송라이터들의 버팀목이 됐던 선배
"기지촌의 조국에서 태어나 종이연으로 떠난 사람"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김민기가 21일 세상과 작별했다. 그가 우리 시대의 암구호였던 시절이 있었다. 김민기는 단순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가수를 넘어서서 젊은이들에게 부당한 세상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든든한 뒷배였다. 그 시작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그가 만든 '황혼'은 불편부당한 세상을 노래한 곡 중 하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 김민기 앨범 재킷 사진. 2024.07.22 oks34@newspim.com

▲'기지촌', '공장의 불빛', '금관의 예수'... 기타로 세상과 맞서 싸우다

"서산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튼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원래 제목이 '기지촌'이었던 곡으로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 때문에 제목이 수정되어 1974년 포크 가수 윤지영의 2집 앨범에 수록됐다. 이 노래와 더불어 '공장의 불빛' '금관의 예수' '꽃피우는 아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김민기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맞서온 투사였다. 그로 인해 김민기는 끊임없이 '불온한 가수'로 낙인 찍혀 탄압을 받았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김지하가 쓰고 김민기가 만든 '금관의 예수'는 마치 찬송가처럼 들린다. 실제로도 기독교 민중가요의 효시가 된 노래로 교회 안에서도 많이 불렀다. 1973년 시인 김지하는 희곡 '금관의 예수'를 써서 원주 가톨릭회관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동생처럼 따르던 김민기에게 연극무대에서 쓸 노래를 부탁했다. 김민기는 원주로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이 곡을 썼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가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선배 김민기의 차남 결혼식에 모인 대중음악계 후배들. 사진 왼쪽 앞줄부터 작곡가 김형석, 가수 알리, 김민기, 가수 박학기, 가수 이적, 뒷줄 왼쪽 음악감독 조경식, 가수 겸 작곡가 강승원, 배우 황정민. 이날 후배들은 "민기형 양복 입은 것 처음본다"면서 기념 촬영을 했다. 2024.07.22 oks34@newspim.com

▲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강제 징집, 활동 제약 등 불이익

그 당시 공연을 주선한 이는 훗날 서강대 총장을 지낸 박홍 신부였다. 그는 김지하에게 교회의 자기비판이 담긴 희곡을 주문했다. 김지하는 예수에게 가시면류관 대신 금관을 씌워 권력과 타협하는 종교를 풍자했다. 거지, 문둥이, 창녀를 돕는 수녀, 이들을 등쳐먹는 경찰과 악덕 업주, 이들을 외면하는 대학생과 신부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희곡 '구리 이순신', 담시 '오적(五賊)' 등으로 유명한 김지하는 이 희곡으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김지하의 부탁으로 노래를 만든 김민기도 무사하지 못했다.

카투사로 미8군에 입대한 김민기는 집회 현장에서 이 노래가 불리는 바람에 최전방으로 쫓겨갔다. 그곳에서 퇴역하는 선임하사를 위해 만든 노래가 '늙은 군인의 노래'였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강제 징집되어 카투사병으로 근무하던 김민기는 그가 만든 노래들이 운동권 노래로 불린다는 이유로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의 보병부대로 전출됐다. 정년을 앞둔 선임하사가 막걸리 두 말을 돌리면서 김민기에게 자신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겨울밤 PX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선임하사의 30년 군 생활을 마감하는 심경을 듣고 만든 노래다. 그 이후 하사관들과 장병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애창곡이 됐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지난해 가을 가수 박학기와 대학로 학전 소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시대의 뒷배' 김민기. 2024.07.22 oks34@newspim.com

1978년 이 노래는 양희은의 앨범에 수록된다. 김민기의 고교 동창이자 DJ인 임문일이 소녀 가장인 양희은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김민기가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음반은 곧 판매 금지됐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 문공부 장관에게 전화해서 판금을 요청했고, 국방부도 전군에 전통을 보내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했다. 그 이유는 '군기 해이'와 '사기저하'였다. 제대 후에 인천의 공장 직공으로, 전북 익산에서 머슴살이도 했던 김민기는 1980년 봄 문화체육관에서 공연을 가졌지만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잠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탁월한 공연기획자로서 대학로의 한쪽을 지켰을 뿐 끝내 무대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 대학로 '학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제작자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탁월한 기획자이자 제작자였다. 그는 1991년부터 콘서트, 뮤지컬, 연극과 아동극을 무대에 올리며 척박했던 시장을 개척해왔다. 덕분에 수많은 무명 가수와 연극배우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 땅의 뮤지컬과 아동극이 밀도를 더하면서 풍성해졌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이자 어린이 무대에 열정을 쏟았던 제작자 김민기는 세상을 위해 헌신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위암 4기로 투병 중이던 김민기는 지난가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차남 결혼식에 이어 12월 31일 부쩍 야윈 모습으로 학전 송년회에 참석했다. 운영난을 겪던 학전을 폐관하기로 한 것도 지난해 가을이었다. 올해 초 김민기와 학전을 사랑하는 후배 가수와 배우가 '학전 AGAIN' 릴레이 공연을 가졌다. 많은 관심 덕분에 대학로 학전 건물은 시설 개·보수를 거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코리아)가 '꿈밭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7월 초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가수 김민기의 생전 모습. 2024.07.22 oks34@newspim.com

▲ 음악평론가 강헌, "기지촌의 조국에서 태어나 종이연으로 떠난 분"

김민기의 별세 소식을 접한 대중음악계 관계자들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평소 김민기의 음악을 앞장서서 조명해온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은 "기지촌의 조국에서 태어난 아침이슬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종이연이 되어 하늘로 떠났다"면서 "병세가 깊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서둘러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다섯 손가락의 리더인 가수 이두헌도 "김정호 선배가 세상을 떠났을 때 거의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했다"면서 "오늘 김민기 선배의 부고를 들으니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학전 어게인' 공연을 주도했던 가수 박학기도 "병세가 심상치 않아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너무나 서둘러 가셔서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빈소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 7월 24일 오전 8시. 장지 천안공원묘원.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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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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