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강 대 강' 대결, "노사 관계 시금석 될까 우려"
무노조 삼성의 파업 첫 경험, 노사 모두 '우왕좌왕'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노사간 대립이 강 대 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초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지은 전삼노는 총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어 회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협상력을 강화하려 한다면, 사측은 첫 파업인 만큼 이번 대응이 향후 노사관계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 총파업은 2주차에 접어들었다. 재계는 전삼노가 첫 파업에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 파업이 조기에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론 총파업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성=뉴스핌] 윤창빈 기자 = 총파업을 선언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모습. 2024.07.08 pangbin@newspim.com |
통상 노조 총파업은 노사간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노조의 최후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2019년 이후 6년 연속 파업 없는 단체교섭으로 1987년 현대차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무파업 타결 최장 기록이다.
한 대기업 노조 관계자는 "제조업 노조의 경우 파업을 통해 생산 차질을 빚는 것이 가장 큰 무기"라며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측에서 그만큼 노조의 힘을 인정하고 대화했다는 의미인 반면 삼성전자는 그렇지 못해 노조가 절박하게 내몰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생산직군 직원들이 주축인 전삼노 소속 조합원 수는 3만2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 약 12만5000명의 25% 수준이다.
전삼노 입장에선 창립 이후 첫 총파업인 만큼 총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성과를 내야 향후 노조 활동에 동력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노조에서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전 조합원의 노동조합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의 임금 3.5% 인상 ▲성과금(OPI, TAI) 제도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된 모든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장이다.
한 대기업 노무담당자는 "전삼노 입장에선 총파업에 대한 동력이 많지 않아 강경 일변도로 가는 것보다 조합원의 실리를 따져 조합원 이득으로 가져올 것들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파업이 장기전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노조 총파업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적으로 더 큰 문제는 총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유무를 떠나 이 같은 노이즈가 해외 고객사의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TSMC와 경쟁해 해외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며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 반도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까지 겹칠 경우 해외 고객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D램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로부터 해외 고객사 파이를 가져와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노조 리스크는 마이너스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천 사업장과 청주 사업장에 각각 생산직 개별 노조를 가지고 있는데, 가입대상 직원의 노조 가입률은 99%에 달한다. 2018년 성과급을 두고 SK하이닉스 노사 양측이 팽팽하게 맞선 적은 있지만, 노사 갈등으로 노조 총파업이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노조의 경우 각각의 개별노조가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시절부터 오래 이어져 와 노사 간 서로 타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 지 알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회사라 노사 양측 모두 대화의 타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사측 입장에선 이번 총 파업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노사관계의 시금석이 되는 만큼 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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