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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명단공개..."비공개 하되 명확한 규칙 필요"

기사입력 : 2024년07월14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07월14일 08:00

검찰 관련 규정 無·공수처 명단공개 금지 명시
명단 공개시 활동 위축 우려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의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논란에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14일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었다. 회의 과정에서 수사심의위 명단공개를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은 수사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결과 발표에 앞서 임성근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의견을 내놓은 수사심의위 위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피의자 9명 가운데 6명에 대해 송치 의견, 임 사단장을 포함한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의견을 냈다.

반면 경찰은 심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향후 보완할 뜻이 있음을 보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규정을 만들때 기존 검찰 규정을 차용하면서 심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에 위원 명단도 비공개로 한다고 준비했다"면서 "지적이 있어서 향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과거 검찰 수사심의위 명단공개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으나 최근 경찰 수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해당 판결은 지난해 8월 한 고소인이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수사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강원청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이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윤 청장은 "기존 판결과 조금 다른 내용의 판결이 나온 것을 지금 막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제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1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4.07.11 pangbin@newspim.com

위원 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데에는 현재 경찰 내 수사심의위원회 관련 규정인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서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규칙에는 국가수사본부와 전국 시도경찰청에 설치되도록 하고 있으며 심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위원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위원 명단공개 관련 규정이 명확치 않고, 경찰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신정훈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수심위 관련 규칙을 보면 12조 4항에 '위원회의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어느 조항에도 명단을 비공개로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

수사심의위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절차와 결과를 외부 인사들이 심의하는 위원회다. 2018년 검찰을 시작으로 2021년에 경찰에 도입됐다. 

수사심의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서는 심의는 비공개로 함을 명시하고 있으나 명단공개와 관련한 규정이 제각각이다.

검찰 역시 명단공개 관련 규정은 없는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심의위에서는 관련 지침에 위원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위원들도 위촉 사실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원 명단공개와 관련해 심의위 위원들의 원활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명단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빚어진만큼 명단공개와 관련된 내용을 규칙에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고, 심의위 운영에서도 일부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심의위 자료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위원들에 대한 공격 등 2차 피해 우려가 있는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명단공개 여부를 규칙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론 재판 우려가 있는만큼 사건을 신중하게 심의하고 공정성을 기하는 차원에서 비공개 심의와 명단 비공개가 맞다고 본다"며 "위원들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부분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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