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3년 집유 4년→2심 징역 4년에 78억 추징 명령
78억원 추징 대법원서 파기
대법 "재산상 피해 범죄 이전 상태로 회복"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로 6700억원대 미회수 채권 문제를 야기한 이른바 '캄코사태'의 주범이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위반(횡령·배임), 강제집행면탈, 예금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다만 원심이 명령한 78억원 상당의 추징은 파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씨는 부동산 시행사인 월드시티의 대표로, 월드시티는 2005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른바 캄코시티(캄보디아-코리아) 사업을 추진했다. 국내에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라는 법인을 두고 캄보디아엔 현지법인 월드시티를 통해 사업하는 구조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월드시티에 2369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이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파산하면서 사업은 중단됐고, 부산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는 원금에 지연이자를 합쳐 6700억원 상당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검찰은 2019년 캄보디아 현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이씨가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2020년 8월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월드시티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부산저축은행의 캄코시티 사업 관련 채권 회수를 피하기 위해 자산 관련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그에게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고 자산 회수 관련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사업 추진 및 현지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 납입 없이 회계처리를 하거나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회사의 자금을 임의로 유용했다"며 특경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예금자보호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으나, 강제집행면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 정황 모두 매우 불량하고, 이씨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거나 반성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뒤 그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운영하는 법인(LBO)의 예치금 600만 달러를 이씨가 횡령으로 취득한 범죄피해재산이며, 이씨가 대표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본인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 사실상 그 재산에 대한 처분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횡령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귀속되는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거나, 스스로 자금을 함부로 인출할 수 없도록 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며 78억12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씨의 강제집행면탈, 예금자보호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2심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추징 명령은 파기했다.
재판부는 "추징 관련 검사의 공소는 이씨의 횡령으로 인한 피해자가 LBO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씨가 LBO 명의 계좌로 600만 달러를 입금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LBO가 입은 재산상 피해는 범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부패재산의몰수및회복에관한특례법 제6조 제1항에서 규정한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2심의 우려처럼 이씨가 만약 해당 계좌에 입금돼 있는 600만 달러를 임의로 인출해 사용한다면 그에게는 새로운 횡령죄가 성립할 것"이라며 "이씨가 새로운 횡령을 저지를 가능성에 관해 검사가 증거로 증명하지 않은 이상, 추상적인 가능성을 전제로 몰수·추징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