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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확대, 정기국회서 통과될까...재계 반대에도 '속도'

기사입력 : 2024년06월27일 17:14

최종수정 : 2024년06월27일 18:30

이복현 "하반기 골든타임"·최상목 "지배구조 개선 합의 모아질 것"
민주당도 적극 찬성...정준호 의원, 22대 첫 상법 개정안 대표발의
변수는? 상속세·포이즌필·금투세 등 패키지 논의시 상황 복잡해져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재계에서 소송 남발과 기업가 정신 위축 등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며 압박하고 있다. 상법 개정 사안이라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재계 '당근책'으로 배임죄 폐지, 포이즌필, 상속세 등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 이복현, 재계 반발에 "현상 유지 주장, 근거 명확히 있어야 할 것"

27일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 포럼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관련 "기업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합의가 모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6.26 mironj19@newspim.com

전날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기업주가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하는 특유의 '한국적 기업지배구조'"라고 언급하며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은 자본시장 선진화 걸림돌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골든타임인 하반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재계의 반발과 관련, "현상 유지를 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그 근거도 명확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와 이 원장의 메시지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측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법안은 상법 개정 사안으로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하는데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도 법안 처리 가능성을 높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밀고 최 부총리와 이 원장이 당기고, 야당인 민주당은 반대는커녕 총선 공약"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준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논의에 불이 붙었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 판단이 어려워지고,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온갖 소송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준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주주 간의 이해상충을 전제로 주주 간에 부의 이전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뜻이며 주주평등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라며 "하지만 재계는 마치 '회사'와 '주주' 간의 이익충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020년 국회 통과한 '공정경제 3법'도 소송 남발 우려...시행하고 보니 '잠잠'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다.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도 '기업 억제 3법'으로 불리며 소송 남발을 우려하며 재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시행하고 보니 기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수는 있다. 주주 이익 확대 추진에는 이견이 없지만, 여당이 재계를 달래기 위한 당근책으로 상속세 세율인하와 포이즌필 등 재계에서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패키지로 들고 나올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민주당에서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는 이날 '상법 개정을 세제와 연계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 논의 진행 과정을 살펴하면 상속세 등과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실제 이 원장은 연일 다른 현안들과 이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올 하반기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자본시장 관련 논의가 될 때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모였다", "합당한 기업승계나 기업의 주가 상승이 상속세 등 왜곡된 제도로 인해 억눌려져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재계의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배임죄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 과정에서 배임죄 폐지를 묶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종부세제 및 상속세제 개편 등에 대해 '부자감세'라며 심각한 재정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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