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이백순 전 신한 임원들 위증 혐의 파기환송심 시작
"증인 아닌 피고인으로 진술…허위증언 아니다" 무죄 주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신한금융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한 혐의로 기소된 전 임원들의 재판이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따라 다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조은아 곽정한 강희석 부장판사)는 26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내정자)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증인적격이 인정되고 허위 진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송됐다"며 "그 부분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전 사장 측 변호인은 "검사가 증인신문을 할 때 질문이나 답변 내용이 증인으로 묻는 게 아니라 사실상 피고인으로 물은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신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에 대한 증인적격이 인정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해 대법원 판단에 따르더라도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검찰은 "비슷한 사건인 비서실장 3명의 위증 사건은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확정된 상황"이라며 관련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신 전 사장 측은 "허위 증언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며 전 임직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오는 10월 18일 다음 기일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2월경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행장을 시켜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불상의 인물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들은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경영 자문료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받던 중 서로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사장은 현금 3억원을 조성하기 위해 경영 자문료로 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도 재판에서 "사후에 보고받았고 경영자문료 보전은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참석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행장은 3억원 전달 과정에 주도적으로 기여했음에도 은행 측이 고소하기 직전까지 몰랐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은 다른 피고인의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고 증인적격이 없는 상태에서 진술한 것으로 허위 진술 여부에 상관없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들에게 증인적격이 있다고 보면서도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피고인의 지위가 계속되고 증인의 지위보다 우선적이므로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3월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증인신문 절차에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고 허위로 진술한 경우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송 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들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 증인적격이 있다"며 "증언거부권이 고지됐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채 허위로 진술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한편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횡령 혐의 재판에서 신 전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증언한 혐의로 기소된 전 비서실장 2명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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