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진실화해위 각하 처분에 불복소송 패소
"외국서 벌어진 외국인 인권침해 사건은 포함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피해자와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25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 탄 씨 등 5명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진화위 신청 각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과거사정리법 제2조 1항 4호의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과거사정리법 제2조 1항 6호의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해당하려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피고가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원고 주장에 의하면 진실규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토적, 인적 한계로 인해 조사나 진실규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면 과거사정리법상 진실규명을 거치지 않아도 대한민국에 권리구제를 신청할 방법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미 학살 사건은 지난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 마을 일대에서 베트남전에 파병된 국군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다.
응우옌 씨 등은 2022년 4월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진실화해위는 이듬해 5월 과거사정리법에서 규정한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이에 응우옌 씨 등은 지난해 7월 진실화해위의 각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하미 사건은 151명이 살해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며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상규명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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