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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 사전 13 [ 초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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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푸르름 속에는 사연이 넘쳐난다
나애심과 장사익이 노래한 처연한 슬픔
소나기 피해 '토란잎 우산' 쓰고 걷는 계절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초여름의 푸르름 속에는 수많은 사연이 자란다. 새들이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으면 어느새 어린 생명이 태어나서 재재거린다. 애벌레들은 부지런히 어른이 될 그날을 위해 꿈틀댄다. 그뿐인가.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친다. 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를 받아먹던 제비 새끼들도 어느새 둥지를 떠난다. 어쩌다가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면 연한 초록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자라고, 열매들은 제 색깔을 갖추면서 부지런히 익어간다. 호박잎에는 빗소리들이 모이고, 오이나 가지 같은 먹거리들이 제살을 찌우면서 커간다. 이럴 때면 어느 것 하나 푸르고 싱싱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오히려 불안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초여름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나 여기있다'고 외친다. 초여름 뜨락에 핀 수국도 그 많은 생명 중의 하나다. [사진 = 오광수] 2024.06.20 oks34@newspim.com

'벚꽃 보러 왔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요/ 꽃 진 자리 자리마다/ 까맣게 빛나는데// 꽃 보고 가신 사람들/ 다 어디에 있을까요/ 까맣게 익은 버찌 떨어져/ 꽃 떨어진 자리 자리마다/ 다시 까맣게 번지는데// …중략…/ 매번 그랬듯이 앞만 보는 당신/ 당신은 거기서 무얼 하는 건가요' -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창비)중에서 '초여름' 일부.

아주 오래 전에 교과서에 실린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을 줄줄이 외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 연한 초록에서 가장 짙은 초록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고 시작하는 문장은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 새 움과 어린잎이 돋아 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하면, 삼복염천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끝내 울창한 잎의 시절이 장년 내지 노년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초여름엔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날 확률이 높다. 빨랫줄에 젖은 양말이 앙증맞게 널려있다. [사진 = 양재명 작가] 2024.06.20 oks34@newspim.com

초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의 기억 중에서 가장 선명한 건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던 순간이다.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처럼 낭만적인 상황은 펼쳐지지 않는다. 다만 빗속을 뛰는 신공에도 불구하고 흠뻑 젖을 수밖에 없는 난감함이 있을 뿐이다.
'갑작스런 빗발에 근처 밭두렁가에 뛰어들어가/ 토란 잎 꺾어 우산을 했다/ 날벌레 몇 마리 들어온다/ 천장에 달팽이가 붙어 있다/ 그랬었구나 어딜 가는 중인지는 몰라도 내가 대신 걸어주마/ 토란 잎 우산을 빙그르 돌리며 간다.'- 신현정 '토란 잎 우산 ' 전문.

날벌레와 달팽이와 함께 걷는 길, 즐겁고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또 다른 시 '어느 여름'에서 '애벌레들이 녹음을 와삭와삭 베어 먹는/ 나무 밑에 비 맞듯 서다/ 옷 젖도록 서서/ 이대로 서서 뼈가 보이도록 투명해지고 싶다'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여름은, 그중에서도 초여름은 한없이 투명해지고 싶은 계절이다. 그런 계절에 생각나는 노래도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초여름은 산 것들의 천국이다. 그래서 온 산하에 먹거리가 넘쳐난다. [사진 = 오광수] 2024.06.20 oks34@newspim.com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장사익이다. 그의 노래를 처음 들으면 숨이 멎는다.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너무도 처연하여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전파상, 노점상, 가구점, 독서실 등 닥치는 대로 생계에 매달리던 가수지망생 장사익이 불혹이 넘은 나이에 낸 음반에 수록된 곡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초여름의 시작을 알릴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도 있다. 소설가 계용묵의 단편 '백치 아다다'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나애심이 불러 히트한 동명의 노래다.
'초여름 산들바람 고운 볼에 스칠 때/ 검은 머리 큰 비녀에 다홍치마 어여뻐라/ 꽃가마에 미소 짓는 말 못하는 아다다여/ 차라리 모를 것을 짧은 날의 그 행복/ 가슴에 못 박고서 떠나버린 임 그리워 / 별 아래 울며 새는 검은 눈의 아다다여….'- '백치 아다다' 일부.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삼복더위가 오더라도 초여름의 청량함을 기억할 일이다. 그러면 덜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양재명 작가] 2024.06.20 oks34@newspim.com

소설도 슬프지만 나애심에 이어 문주란이 리메이크하여 부른 이 노래는 하염없이 슬프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날,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백로가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자. 그렇게 시작한 여름은 대개 덥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누군가의 고통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처한 고통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듯. 삼복더위가 되면 초여름의 청량함을 기억하는 것도 좋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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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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