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털서 문 연 병원 확인 가능하다 홍보했지만
보건소 "일정 시간에 확인 실시간 반영 어려워"
의협,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 검토 중
환자가 직접 의원 전화해 휴진 여부 파악해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의료계가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상황에서 문을 연 동네의원을 검색할 수 있는 응급의료포털이 제기능을 못 하고 있다. 관할 보건소에서 전화로 일일히 확인하는 전수조사 방법을 택하고 있어 정보가 실시간으로 포털에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응급의료포털(E-GEN)이란 비상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나 문 연 동네의원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혼선을 예방하고자 관할 보건소는 동네의원의 변경사항을 상시로 확인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결의한 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엄마와 아이가 휴진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4.06.18 choipix16@newspim.com |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이 결정된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환자들이 병의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응급의료포털,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문 여는 병원을 적극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20일 뉴스핌 취재 결과 응급의료포털에 잘못된 정보가 다수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 휴진이 진행된 지난 18일 신도림역 근처에 위치한 소아청소년과 A병원은 오후 12시 30분까지 영업했지만, 응급의료포털에서는 오후 7시까지 정상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지하철 행당역 부근에서 휴진하거나 오전만 운영한 소아청소년과 2곳 역시 응급의료포털 상에선 정상 진료한다고 나왔다.
잘못된 정보가 기재된 이유는 사실상 '실시간 확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할 보건소 확인 결과 동네의원 휴진 여부는 특정 시간에 전수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오전 10시에 한 번, 오후 3시30분에 한 번 하루 두 차례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에 1~2시간이 소요됐다"라며 "일정 시간에 문을 열고 있나 확인한 것이라 실시간으로 정보 반영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들도 갑자기 휴진하거나, 휴진한다고 해놓고 정상 진료를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며 "집단 휴진과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기면 휴진 여부를 실시간으로 일일이 반영하긴 굉장히 어렵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집단 휴진 당일 오전에만 진료하고 오후에는 문을 닫는 이른바 '반차 휴진'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구로구의 소아청소년과 B병원은 네이버 지도에 '휴진'이라고 공지했지만, 실제론 오전 10시까지 환자를 진료했다.
영등포구의 소아청소년과 C병원과 D병원 역시 오후 1시, 오후 2시까지 각각 진료하는 등 반차 휴진 병원의 운영시간은 제각각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06.18 mironj19@newspim.com |
이처럼 정부에서 의료공백을 대비해 문 연 동네의원을 알려주는 사이트조차 불명확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집단 휴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8일 총궐기대회 폐회사에서 오는 27일부터 집단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내부 반발이 일어나고 있지만, 2020년 당시에도 휴진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집단 휴진은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문 연 동네의원을 찾는 건 환자 본인 몫이 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에 휴진 신고를 하지 않고 문 연 병원은 실시간으로 응급의료 내부망에 업데이트하라고 안내했는데, 실시간 업데이트가 안 된 것 같다"며 "보건소에서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