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이 27일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가운데 북한이 다소 촉박하게 위성 발사를 지속하는 이유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염두에 둔 협상 대비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렐'(분단을 넘어)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북한이 한국 시각으로 27일 밤 10시 44분께 정찰위성 '만리경 1-1'호 탑재의 위성발사체(SLV)를 쏘아 올렸지만 실패했다며 "이는 한국 언론들이 제기한 러시아 과학자들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북한이 지난 27일 밤 쏘아올린 발사체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사진= NHK방송 캡처] |
28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은 만리경 1-1호를 실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켓"이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됐으나 "새롭게 개발된 액체산소+석유엔진의 작동 신뢰성 문제"로 1단 비행 중 공중폭발 했다고 전했다.
CSIS는 "북한이 지난 12개월 동안 수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4차례나 SLV 발사를 수행한 것은 SLV와 위성 개발 프로그램에 북한의 물질적, 재정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4번째 정찰위성 발사 시도인 이번 '만리경 1-1'호 발사는 특히 정찰위성에 부여된 정치적 중요성과 올해 안에 위성 3개 발사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그해 말 개최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4년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린 데 대한 과업"을 천명한 바 있다.
북한이 SLV 발사 일정을 압축한 것은 올해 안에 3개의 위성을 추가로 운용하겠단 "공개 약속의 결과"일 수 있지만 "이는 또한 트럼프와의 향후 미래 협상 포지셔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트럼프 집권 2기를 염두에 둔 북한이 추후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협상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정찰위성 발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CSIS는 북한이 향후 트럼프와 잠재적 협상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moratorium·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한 대북 제재 완화와 현재의 (핵) 무기고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는 북한이 트럼프 2기 정부와 협상 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카드로 제재 완화를 모색할 경우 정찰위성 발사가 불가해 이전에 위성 발사 임무를 마칠 필요가 있단 의미로 해석된다.
CSIS는 북한이 이번 발사 실패 요인으로 지목한 '새롭게 개발된 액체산소+석유엔진의 작동 신뢰성 문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불분명하다"며 다만 이는 북한이 "SLV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정치적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또한 지난 1년 간 4차례의 위성 발사 중 3차례 실패한 것은 "SLV 발사 능력을 정교하게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실패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실패의 교훈을 흡수해 (위성 탑재 로켓인) '천리마 1'호 설계를 개선한다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신뢰할 수 있는 SLV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CSIS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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