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대한 사회 여론과 언론 압박의 노파심 있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신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20일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중남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11일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2020.07.11 alwaysame@newspim.com |
법정에 출석한 정 변호사는 "SNS에 글을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가 제기한 성범죄 사건과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아달라는 유족 측의 요청으로 대리인으로서 한 행위"라며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범의(범행 의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신원은 저도 모른다"며 "피해자 측에서는 특수한 사람들이 특수한 방법을 통해 신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가령 서울시청 직원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형사처벌되는 범죄 행위의 구성요건을 무한정 확대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외모가 식별되지 않게 블러 처리를 해도 가족이 보면 누군지 안다.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특수한 사람들에게 그 정보가 들어가면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일반적인 사람들이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규범적 제한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작년에 법원이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의 상영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했는데 당시 이 사건이 보수언론에 의해 정치 사건처럼 확대되면서 재판부가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며 "법원에 대한 사회의 여론과 언론의 압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SNS에 이 사건 글을 올린 것이 변호사의 업무와 관련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변호사가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이 변호사의 업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리적 판단의 필요성이 큰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단시간에 진행하면서 배심원들이 법리적 문제를 검토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직업 법관의 심리를 통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피해자는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내용은 결국 성희롱·성추행 피해에 관한 것일 텐데 이는 이미 여러 차례 진술한 것이기 때문에 검증된 국가문서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이란 국민이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형사재판이다.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받은 피고인에게 적정한 형벌을 논의하는 등 일련의 재판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재판부는 조만간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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