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스포츠 국내스포츠

속보

더보기

'라건아 딜레마'는 KBL의 '선택적 공정'이 빚은 참사

기사입력 : 2024년05월17일 17:26

최종수정 : 2024년05월17일 18:27

KBL, 17일 이사회에서 라건아를 여전히 외국선수로 분류
국가대표이면서 프로무대에선 외국선수 신분인 혼돈상태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트랜스젠더의 여자부 경기 출전 논란(5월 9일자)에 이은 스포츠 공정 시리즈 2탄이다. KBL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특별귀화 농구선수 라건아(KCC)의 신분을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외국선수로 결정했다.

미국 출신 파워 포워드인 라건아는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누구도 그의 대표팀 합류를 반대한 이는 없었다. 이미 2015년에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특별귀화 신청으로 순혈주의에 대한 내홍을 심하게 겪은 뒤였다. 결국 오주한은 라건아와 같은 해인 2018년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얻어 귀화에 성공했다.

라건아. [사진=KCC]

1m99에 110kg의 큰 체격이지만 흑인 특유의 고무공 같은 탄력을 자랑하는 라건아는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 골밑 장악 능력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으로 대표팀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었다.

그러나 라건아는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도 프로 무대에선 외국선수로 분류되는 역차별을 받아왔다. 전성기 시절 외국선수 가운데서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 그가 국내선수가 될 경우 팀 간 극심한 전력 불균형이 생기는 생태계 교란이 일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선수단 연봉 총액 제한인 샐러리캡이 있는 현실에서 라건아를 영입한 구단은 그에게 훨씬 비싼 몸값을 치러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라건아가 국내선수가 되면 다른 외국선수와 나눠 받던 출전 시간제한도 사라진다.

결국 KBL과 각 구단은 삼척동자가 봐도 이상하지만, 문제를 방치한 채 여태 시간만 끌어왔다. 이는 역시 귀화선수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문태종, 문태영, 이승준, 전태풍 같은 하프코리안 출신들과는 전혀 다른 대우였다.

물론 라건아가 완전히 차별만 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농구협회로터 별도 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태극마크를 달긴 했다. 그럼에도 농구계가 라건아를 진정한 한국인으로 인정해주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대표팀 용병'으로 이용해왔다는 불편한 진실은 감출 수 없다.

KBL과 각 구단은 지난 2월로 만 35세가 된 라건아의 기량이 쇠퇴했다면 이제라도 원칙을 지키는 척하며 그에게 국내선수 자격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라건아는 지난 시즌에도 알리제 드숀 존슨을 제치고 KCC의 첫 번째 외국선수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12경기에선 평균 22득점, 1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서장훈, 김주성 등을 제치고 통산 리바운드와 플레이오프 최다 출장, 득점 등 온갖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라건아는 선수의 국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본 B리그로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라건아는 일본에서 뛸 경우 한국 국적으로서 아시아 쿼터를 받게 돼 희소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한국 농구는 많은 팬을 확보한 훌륭한 선수를 잃게 된다.

라건아. [사진=KCC]

국내 농구계가 이처럼 외국선수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다른 종목에 비해 기량차가 워낙 크게 나기 때문이다. 농구는 최우수선수(MVP)를 외국선수와 국내선수(아시아 쿼터 포함)를 따로 나눠 각각 정한다. 출전 쿼터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외국선수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해 야구 축구 등은 외국선수에 대한 보유 인원 제한만 있지 다른 차별은 없다.

결국 '라건아 딜레마'는 세계 스포츠계의 본류인 글로벌리즘과 전력 불균형을 걱정한 한국 농구계의 지류가 상충하면서 생겨난 문제이다.

라건아가 늙어서 기량이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와 다를 바 없다. 라건아라는 메기를 연못에 방류하면 처음엔 진흙탕 혼란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연못은 자정 능력을 갖추고 다시 맑아진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대책을 찾는 게 시장원리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왔다.

무엇보다 라건아는 한때 '리카도 프레스턴 래틀리프'로 불렸지만, 이제 그의 본관은 용인 나 씨이다. KBL은 예전엔 한국프로농구연맹이란 한글 명칭을 병기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영문명만 쓰고 있지 않은가. '선택적 공정'은 글로벌리즘도, 진짜 공정도 아니다.

zangpab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홈플 사태에...국민연금, 1조 손실 위험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하면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 홈플러스 영등포점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2025.03.04 yym58@newspim.com 문제는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채권 변제 우선순위에서 RCPS 투자자들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법원은 향후 채권자 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변제 순서는 ▲담보채권자 ▲무담보채권자 ▲SPC(특수목적법인) 발행 RCPS 투자자 ▲SPC 출자자로 정해질 전망이다. 추후 홈플러스가 정상화 되면 RCPS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이때도 1조원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자까지 더하면 해당 규모는 현재 국민연금이 받지 못한 투자금은 1조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도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CPS 등과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기업어음(CP)과 전단채를 사들인 개인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 측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메리츠 3사 금융부채 상환에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남는 금액으로 나머지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기업 회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에 의하면 이날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이달 한 달 동안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 유입액이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금융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동안 납품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의 회생 개시 결정으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작업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 측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여왔다. 당초 MBK 측은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이 고려아연 인수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처럼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stpoemseok@newspim.com 2025-03-06 20:03
사진
40개 의대 총장, 내년 의대증원 '0' 합의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열린 온라인 회의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당초 5058명에서 2000명 줄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의과대학 학생이 이동하는 모습. 2025.03.04 yym58@newspim.com 이는 의대 학장들이 최근 정부에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건의한 것에 대학 총장들도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8개 의료계 단체는 전날 정부와 정치권에 보낸 공문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동결을 요구한 바 있다. 공문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총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 ▲의학교육 질 유지 및 향상을 위한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책 구체화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담겼다. dosong@newspim.com 2025-03-05 19:4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