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평안남도 안주군 출생...한국광복군에서 독립운동
1950년 군 예비검속자 처형 지시 이행 거부...278명 생명 구해
지난해 국가유공자 및 국립묘지 안장자격 부여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독립운동가이면서 제주 4·3사건 당시 시민들을 구조한 경찰영웅 故 문형순 서장이 제주도 호국원에 안장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0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문형순 서장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문 서장은 1897년 평안남도 안주군에서 출생했으며 1919년 3월,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가로 한국광복군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1945년 광복 후에는 경찰에 투신해 모슬포경찰서와 성산포경찰서장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1949년 제주 4·3사건 당시 대정읍 주민 100여명을 살렸고,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군의 예비검속자 처형 지시가 부당하면서 이행을 거부해 278명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1953년 경찰에서 퇴직한 문 서장은 자녀 없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다가 1966년 제주도립병원에서 숨을 거뒀고, 이북5도민 공동묘지에 안장됐었다.
제주 4·3사건 당시 시민들을 구조하기도 한 경찰영웅 故 문형순 서장이 10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됐다. [사진=경찰청] |
경찰은 문 서장의 독립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1963년을 포함해 6번에 걸쳐 국가유공자 서훈을 추진했으나 입증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서훈이 보류돼 왔다. 문 서장은 지난 2018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한국전쟁 기간에 경찰 재직경력을 바탕으로 국가유공자 서훈을 추진해 마침내 국가유공자 및 국립묘지 안장자격이 주어졌다.
안장식에는 윤 청장을 비롯해 이충호 제주경찰청장, 김애숙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와 도내 주요기관장, 이북5도민연합회, 4·3희생자 유족회, 4·3평화재단 관계자등이 참석했다.
특히 4·3사건 당시 문 서장의 결단으로 생명을 구한 강순주씨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안장식은 경과보고, 조사, 추모사,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및 묵념, 영현봉송, 하관, 허토 순으로 진행됐다.
윤 청장은 추도사에서 "문형순 서장님의 국가유공자 서훈과 국립묘지 안장이 이뤄진 것은 영웅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경찰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더욱 뜻깊은 마음"이라며 "14만 경찰이 문형순 서장님과 같이 언제나 국민을 지키는 우리의 사명을 굳건히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사·순직경찰관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현충일인 6월 6일 경찰기념공원에서 유가족과 보훈단체가 참석하는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외에도 순직경찰관 추모하는 계기를 늘리는 것은 물론 유가족 대상 건강검진 지원, 유자녀 대상 장학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전사·순직경찰관을 기리고 걸맞는 예우를 다하는데 힘쓰고 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