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도매시장 양재꽃시장, 수입 꽃 버젓이 판매
aT 현장조사 나가지만 상인 의지 꺾긴 역부족
절화 경매 물량·판매액 감소세
농가 "이대로 가다간 유지 못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국산 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꽃의 침범으로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이달 7일 서율 양재꽃시장에선 콜롬비아, 중국산 카네이션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콜롬비아산은 구색면에서 국산 꽃을 앞서고 중국산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어버이날 전날인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원칙적으로 법정 도매시장인 양재꽃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양재화훼공판장을 통해 들여온 상품이어야 한다. 경매 시장에선 국산 꽃만 거래된다. 예외적으로 일부 수입 꽃만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31조에 따라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은 거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날 꽃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국산 카네이션은 점유율이 낮아 판매 대체가 안된다"며 "법정 도매시장인 만큼 원칙적으론 경매로 들여온 상품만 팔아야하지만, 유사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유통공사는 수입꽃 매출을 10%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보이는 것처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중도매인들 사이에선 '원칙을 지키면 우리만 바보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도매 수요가 있는 꽃집에서 수입꽃 수요가 있다보니 수입 꽃 구색을 갖춘 민간 도매시장으로 거래처를 뺏길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국산 농수산물 진흥을 위해 설립된 법정 도매시장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시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중도매인을 계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화훼농가의 상황으로 인해 이처럼 시장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중도매인과 화훼농가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11일 올해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현황에 따르면 절화류 경매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판매액도 0.7% 줄었다.
지난해 거래 성수기에 찾아온 윤달(이삿날, 혼례 등 집안의 대소사 일들을 금기시 하는 것) 영향 등으로 거래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이 감소했다.
화훼농가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이보다 더 어렵다. 50년간 꽃 농사만 지었다는 장미농가 강대갑(71) 씨는 "지난 화요일 경매에서 장미 값을 여름보다도 못하게 받았다"라며 "원가 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료나 인건비 등 꽃 재배하는데 드는 비용은 빠르게 오르는데 공판장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농가 사이에 경쟁만 치열해졌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입 꽃까지 들어오면 농가 유지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수입 꽃이 경매시장에 들어오는 건 결사반대"라고 강조했다.
수입 꽃이 이미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양지화하자고 제안하는 중도적인 입장도 있다.
박장희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수입 꽃에 국산 꽃과 동일하게 부가가치세라도 붙여야 가격 경쟁력 면에서 동등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다만 수입 꽃이 경매시장에 들어오는 것과 관련해선 농가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어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