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출장 사실상 외유" 분노...방문일정 논란더해
심의위도 제지없이 통과..."겉치레 행위" 비난 자초
대덕구청장도 비슷한 시기 스페인행...의구심 더해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대전 대덕구의원들이 갑작스레 스위스·프랑스 해외출장을 떠난 것을 놓고 구의원들을 보는 분위기가 냉담하다. 구의원들의 해외출장 소식을 접한 구민들이 크게 분노한 때문이다.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 등으로 지역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구민을 위해 일해야 할 의원들이 '외유성 출장'에 나선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전시 대덕구의원들의 행태에 합리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출장 일정을 보면 사실상 '관광'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이들은 출장 2~3일 차에 프랑스 파리를 찾아 '하수도박물관' '콩코드광장' '라데팡스' 등을 방문한다. 이곳은 파리 대표 관광명소로 특히 하수도박물관은 최근 관광객들의 이색 방문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왼쪽부터) 전석광(무소속) 의원, 박효서(민주당) 의원 모습 2024.05.03 gyun507@newspim.com |
또 스위스 제네바 국제연합유럽본부, 세계적십사위원회 등도 계획돼 있는데 이곳 역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스위스 관광 중 한 곳이다. 또한 출장 일정 중 사업 관계자와의 면담 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을 더하게 한다.
그나마 일정 7일차에 취리히 사회서비스센터를 방문한다고 적시돼 있지만 이마저도 오전에 방문 후 입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오후 9시 45분 항공편) 대절한(전세) 버스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해야 한다. 취리히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약 800km 떨어져 있어 버스나 승용차로 약 8~9시간이 소요(항공 1시간 30~40분 거리)된다. 즉 취리히 사회서비스센터에서 면담이나 시설 관계자 설명을 들을 시간적 여유는 없어 보인다.
이에 더해 대덕구의회의 해외 출장을 감시·견제해야 할 국외출장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왼쪽부터) 유승연(무소속) 의원, 김기흥(민주당) 의원 모습 2024.05.03 gyun507@newspim.com |
실제 이번 해외출장을 심의하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3월에 열렸으나 별다른 제지 없이 심의에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겉치레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더구나 대덕구의회 출장과 비슷한 시기에 최충규 대덕구청장도 스페인으로 떠났다는 점도 의구심을 더한다.
즉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구청장도 구의원도 모두 대덕구를 비우게 되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해외 출장을 구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김홍태 대덕구의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대덕구가 노후화된 만큼 도시재생 선진사례를 보기 위해 스위스 등으로 가는 것"이라고 출장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가봐야 안다, 자료를 봐야 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왼쪽부터) 김홍태(국민의힘, 의장) 의원, 이준규(국민의힘) 의원 모습 2024.05.03 gyun507@newspim.com |
이 같은 태도는 지역 경제가 얼마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대전 대덕구 관내 1년 이상된 사업체(법인 포함) 3011곳 중 90곳이 문을 닫았다. 또 3년 이상 사업체도 같은 기간내 4892곳에서 4867곳으로 줄었다.
대덕구 한 전통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저녁 7시 반만 넘어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다. 은행 원금상환이 코 앞인데 오히려 매출은 더 줄었고 매일 최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의원들은 일 하기 싫거든 차라리 해외출장비 약 5000만원 가량을 17만 구민들에게 공평히 나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왼쪽부터) 조대웅(국민의힘) 의원, 양영자(국민의힘 비례) 의원 모습 2024.05.03 gyun507@newspim.com |
이런 상황에서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을 살펴야 할 지역 정치인이 일을 핑계로 '외유성 출장'에 나선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한 지역 정치인은 "대덕구 의원 8명 중 단 한명도 해외출장을 반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불명확하고 이유없는 해외출장에 대해 대전시민, 대덕구민 누구라도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대덕구의회는 김홍태(국민의힘), 박효서(더불어민주당), 조대웅(국민의힘), 이준규(국민의힘), 전석광(무소속), 김기흥(더불어민주당), 양영자(국민의힘), 유승연(무소속) 의원 등 구의원 8명이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6박 8일간 스위스·프랑스행 외유성 해외출장을 마쳤다.
gyun5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