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 "좋아 보이는 아시아 통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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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4. BofA "좋아 보이는 아시아 통화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통화 가운데 좋아 보이는 게 없다"고 했다.
4월23일 CNBC에 따르면 BofA는 주요 5개 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 의견을 제시했고,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중립 의견에 그쳤다. 강세 의견을 제시한 아시아 통화는 없었다.
BofA가 분류한 약세 통화에는 한국 원화(KRW)와 중국 위안(CNY), 타이완 달러(TWD), 태국 바트(THB), 그리고 베트남 동(VND)이 포함됐다. 늦춰지는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 그리고 미국과의 펀더멘털 격차 및 지정학적 불안이 이들 통화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역내 달러-위안(USD-CNY) 환율 추이 [사진=koyfin] |
중국의 달러-위안 환율은 2분기중 7.35로 올라선 뒤 하반기에는 7.45까지 상승할 것(위안 약세)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원화의 경우 연초 주식시장으로 안정적인 자금유입이 나타났지만 연준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출하면서 이러한 자금 흐름이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BofA는 달러당 원화의 적정 가치는 1417원이라고 했다. 그들의 추정대로면 현재 1377선에 거래되는 달러-원 환율은 원화가 적정가치 대비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임을 의미한다.
타이완 달러에 대해서도 "주식시장내 강력한 자본유출 흐름과 보험사들의 추가적인 역외선물환(NDF) 헤지 청산을 감안할 때 타이완 달러의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달러-동(USD-VND) 환율 추이 [사진=koyfin] |
올 들어 4.7% 약해진 베트남 동 역시 연말까지 계속 추가 약세 압력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BofA는 달러-동(USD-VND) 환율이 2분기말 2만5600선까지 상승하고 연말에는 2만5700으로 오를 것(동 약세)이라고 했다. 전날 달러-동 환율은 2만5395를 나타냈다. 태국 바트 역시 연말까지 약세 압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기반 투자자입장에서 약해진 이머징 통화는 이전보다 싼 값에 이머징 자산들을 매수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통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득세하는 상황에선 이들 지역의 채권과 주식 매수를 꺼리게 된다.
ANZ는 연준 통화정책과 미국 국채금리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역발상적 접근, 즉 달러를 팔고 이머징 통화 매수에 나서는 것은 제법 긴 고통의 시간을 감수해야할 위험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 고통 끝에 달러의 기세가 느슨해진다 해도 얼마나 큰 차익을 제공할지는 물음표다.
MSCI 이머징 지수 추이. 4월 조정으로 올 들어 이머징 증시의 상승률은 1%로 줄어들었다. [사진=매크로마이크로] |
5. 中 위안 : 최대 위험 변수
연준 행보와 함께 향후 이머징 통화에 충격을 가할 최대 위험 변수는 중국 위안이다.
아래 차트는 미국과 중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추이를 보여준다. 전인대 직후 반짝 올랐던 중국의 장기물 금리는 고도를 계속 낮추고 있다. 중국 채권시장은 우울한 경기전망과 디플레이션 압력의 지속, 그리하여 더 완화적이어야 할 통화정책, 인민은행의 국채매입 가능성 등을 반영하고 있다.
미일간 벌어지는 금리차로 위안은 달러 대비 계속 하락 압력(달러-위안 환율의 상승압력)에 놓여 있다.
중국 10년물 국채 수익률(파란색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붉은색 선). 미중 금리차(차트 하단) [사진=koyfin] |
그러나 현재 위안은 이러한 약세 압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몇차례 언급했듯 위안은 주변국 통화(엔, 유로, 아시아 여타 통화)보다 덜 약해진 결과, 명목 실효가치가 분에 넘치게 강해진 상태다. 인민은행은 그 부담을 덜기 위해 틈나는 대로 달러-위안 기준환율의 고삐를 늦추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인민은행 산하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가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위안인덱스는 4월19일 기준 100.73을 기록해 2022년 10월21일 주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 들어 위안인덱스의 오름폭(위안인덱스 기준 위안의 명목실효 가치 상승폭)은 3.4%에 달해 달러인덱스(DXY)와 동행하는 중이다.
중국 위안인덱스 추이. 위안인덱스 기준 위안의 명목 실효가치는 올들어 3.3% 상승했다 [사진=CFETS] |
부동산 침체로 내수가 빈약한 상황이라 지금의 중국 경제는 제조 부문의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라는 당의 정책방향으로 소위 신성장 동력이라 불리는 섹터에 신규 투자가 집중돼 공급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내부적으로 이를 소화할 수요는 약하다.
3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3.1% 증가에 그쳤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4.5%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수요 대비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늘려놓은 설비가 많다보니 생산량 증가에도 1분기 공장 가동률(73.6%)은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2분기보다 낮다.
중국의 분기별 공장 가동률 [사진=중국통계국] |
내부에서 소화하지 물량은 중국 바깥(수출)으로 나가야 하는데 위안의 실효가치가 계속 분에 넘치게 강해지면 수출기업의 장부는 누적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자본유출 위험 때문에 인민은행은 위안 약세 압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환율의 고삐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경기 측면에서는 위안 약세를 용인하고픈 유인이 여전하다. 지향하는 방식은 점진적 약세지만 인민은행이 환율의 고삐를 늦출 때마다 주변 아시아 통화는 화들짝 놀란다.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은 위안 환율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일 재료다. 대규모 관세 공격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유력해지면 인민은행은 지난 2018~2019년 그러했듯 위안 약세를 대거 용인해 관세 공격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앵커(닻) 역할을 했던 위안 환율의 닻줄이 한번에 풀리면 주변국 통화는 더 많이 떠내려갈 위험에 노출된다.
2018~2019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격으로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15% 상승했다(위안 약세). [사진=koyfin]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