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회장 취임, 임현택 의협회장과 호흡 맞출 듯
감염병, 마약 예방 등 시민건강 홍보사업 강화 예고
"무조건 반대는 '밥그릇' 논쟁 못피해···전공의 상처 치유해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올해 초부터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진행함에 따라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계 주요 단체장들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신임 단체장들이 선출됐다.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황규석 신임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의정갈등의 쟁점 사안인 의대증원 이슈가 지나치게 숫자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황 회장은 양질의 의사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환경에서 정부안(2000명 증원)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대증원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각 시도광역시 의사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이 소속돼 있는 서울시의사회의 신임 당선인을 지난 26일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황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3월 30일 제36대 회장으로 당선됐는데.
▲서울시의사회는 1915년 12월 1일 '한성의사회'로 발족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단체이다. 대한의사협회보다 역사가 길다. 이러한 기관의 중임을 맡게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떤 조직의 수장이 바뀔 때 중요한 것은 이전 집행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과, 기존에 있던 전통을 잘 승계하는 부분이다. 새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도 있지만, 이전 집행부에서 추진했던 '의사 면허박탈법 태스크포스(TF)'를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면허박탈법TF'는 무엇인가?
▲제21대 국회에서 지난해 5월 의료인의 면허 결격 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 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로 재규정했다. 이는 의료 외의 모든 생활범죄에 대해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의료법에 의해 이미 면허와 관련된 처분 조항들이 있는데, 의료와 관련이 없는, 가령 음주운전 등의 일상범죄로 인한 면허취소는 과도한 입법이다. 면허박탈법 테스크포스(TF)는 이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입법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보건복지위원들을 방문해 입법의 부당함을 설명할 예정이다.
-주요 공약 중에 서울시민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처방권 악용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료와 관련된 사건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평가단 활동을 강화해서 문제가 있는 의사 회원들을 조사하고 자정 노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제보도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다. 종국에는 회원에 대한 징계 등 의사단체의 자율권 확보가 목표다.
또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함께하는 자문위원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의료와 관계된 사건에서 전문가적 소견을 전달하는 고문 기관 역할을 맡아 나가겠다. 의료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술부에서는 '감염병 등 대비 시민건강능력 향상 지원사업'에 예산 2억원을 확보했다. 시민 건강능력을 향상하는 세미나 등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유튜브 '서울특별시의사회' 채널을 통해 매달 한편씩 대시민 강좌 등을 게재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지역연구위원회를 발족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의 패러다임이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에서 환자를 찾아가는 병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 개발을 위한 기구다. 방문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 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말하니 '의료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며 공감했다.
사회적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마약에 대한 처벌만 있지 재활과 예방교육이 소홀한 것도 문제다. 서울시청과 함께 시민 마약방지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정부의 의대증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공의들이 지난 2월에 내세운 7대 요구안(▲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 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이 의료계 전체의 조건이다.
다만 의대증원을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거나 등 숫자에만 매몰돼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의사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의사 교육 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2000명 증원안은 제대로 된 의사를 만들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도 잘못된 것이다. 증원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증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사 수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의사들이 양산되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의사는 환자가 있기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의대증원을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소위 '밥그릇'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좋은 의료시스템과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반대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나서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를 깨뜨린 것이다.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대화를 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봉합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놓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목표가 의대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구로 보인다.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