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청과시장 귀퉁이 무인서점…"첫 기차 타기 전 쉼터죠"

기사입력 : 2024년04월11일 17:58

최종수정 : 2024년04월11일 18:08

영등포 주민들 쉼터 돼
1인 출판사 병행하다 무인서점 마련
지역과도 연 닿아 도서관과도 협업
"손님 한분한분 귀하게 생각할 것"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영등포 청과시장에는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24시간 내내 운영하는 무인서점 '새고서림'이다. 

옆 가게 비닐에 묻혀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손님은 꾸준히 방문한다. 서점은 영등포구청역과 영등포시장역, 문래역 한가운데 자리 잡아 주민들에게 안식처로 통한다. 실제로 새벽 기차를 기다리다가 새고서림에서 쉬고 가는 방문객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뉴스핌이 방문한 새고서림 곳곳에는 이런저런 설명이 쓰여 있었다. 손님이 헤매지 않도록 붙인 설명이었다.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영등포 청과시장에 위치한 새고서림 전경 2024.04.11 hello@newspim.com

최수민 사장은 처음부터 무인서점을 꾸릴 생각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첫 시작은 편의를 위해서였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 서점을 비우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수민 사장은 "일일 책방지기를 구하자니 어렵고 아르바이트생을 뽑자니 적자였다"며 "고민 끝에 무인 결제 방법을 적어놓고 자리를 비웠다. (손님들이) 규칙을 잘 지켜서 괜찮겠다 싶었다"고 했다.

요새 유행하는 무인점포는 절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새고서림에는 아직 그런 문제가 없다. 최수민 사장은 "굳이 계단을 올라와서 가져가시겠나 싶다"며 "물건이 한두번 없어지는 건 내 착오라고 생각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보다도 고민되는 건 공간을 어떻게 꾸려갈지다. 그는 '문 하나만 열면 다른 우주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새고서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기타나 잡지, 라디오 등 그간 소중하게 모은 잡화들을 서점 한켠에 전시해놨다. 

책 내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형태의 책도 만들었다. 팬데믹 때 여행하지 못해 답답한 경험을 통해 비행기 티켓 모양의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12장의 포토카드가 엮여 있고, 뒷면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사진 속 영상과 함께 에세이도 들을 수 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새고서림의 라디오의 서재를 통해 사연을 나눌 수 있어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2024.04.11 hello@newspim.com

엽서 모양으로 생긴 '프로젝트 메이지', 카세트 모양의 '시간을 꺼내 듣는 책', 편지 형식의 '유서의 일부로부터' 등도 최수민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 그는 "책 안의 편지글을 읽는 것과, 직접 편지를 재현해 독자가 뜯어서 읽는 건 완전히 다르다"며 "책을 직접 듣거나 손으로 만지게끔 하면 내용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지역과도 연이 닿았다. 2022년에는 도림천 일대에서 북페어 기획을 성공적으로 꾸려 관악문화재단에서 표창장을 받았고, 영등포평생학습관의 '시인이 사랑하는 시인을 읽는 밤' 프로그램을 돕기도 했다. 고명재, 오은, 안희연, 김민정 시인과 지역주민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시를 읽을 만한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모임을 지속하면 독자가 늘 거라는 게 최수민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독립서점에는 독립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방문하기 쉽다"며 "하지만 꾸준히 모임을 열면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이 책방을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냐는 질문에 최수민 사장은 일본에서 만난 서점 사장님의 말을 인용했다. 책방을 하면서 왜 돈이 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잘 대해주면 된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반성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책이 돈이 안 된다는 걸 전제로 해서 일하고 있으니 당연히 안 되는 거였다"며 "한분 한분을 귀하게 생각하면 책방을 유지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새고서림 최수민 사장의 일본 현지 신문 인터뷰. 2024.04.11 hello@newspim.com

hell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