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실적 악화에 창사 첫 구조조정 칼바람
이커머스 공습 직격탄...마트 영업익 '반토막'
잇단 M&A로 재무부담 가중...차입금 10조
"비대해진 조직 슬림화해야...간곡히 부탁"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눈에 뛰게 악화된 실적 부진을 '인력 효율화'로 타개하려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마트는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하면서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판단과 이어진 투자로 늘어난 과도한 재무 부담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인점 영업익 '반토막'...온라인 재편 속 높은 고정비 부담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비롯해 비용 감축에 나선 이유는 당장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세계건설의 1878억원 손실을 반영하면서 연결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마트가 비용 절감을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제 때 대응을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쿠팡을 필두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1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소량구매 수요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 이용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본업인 이마트의 실적 하락 폭 역시 컸다. 이마트의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 전년(2589억원) 대비 27.4% 줄었다. 감소 폭도 709억원으로, 주요 자회사들과 함께 비교해 보면 감소 폭은 신세계건설 다음으로 크다.
특히 할인점의 경우 영업이익이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달성한 929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1787억원) 대비 48.0% 하락한 수치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을 고점으로 2년째 내리막길이다.
이마트가 손을 뻗은 신규 사업 결과도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 신세계건설 뿐만 아니라 SSG닷컴이 1030억원, G마켓 321억원, 이마트24가 230억원의 손실을 각각 낸 바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는 임차료, 인건비 등 점포 운영을 위한 높은 고정비용을 부담하면서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할인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수익성 개선을 어렵게 했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 점포 계산원 4223명, 2013년 판매용역사원 1만77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원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12년 1만4907명이던 이마트의 정규직 직원 수는 2013년 2만565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기준 2만2744명으로 직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대형 M&A로 재무부담...차입금 규모 2.5배 늘어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연이은 대형 M&A를 진행하면서 늘어난 차입금도 이마트의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에 3조6000억원, SCK컴퍼니(스타벅스) 지분 추가 취득에 4860억원, W컨셉코리아 인수에 2616억원 등 투자자금소요로 약 4조4000억원의 순차입금이 증가했다.
또 2022년 이후 미국 와이너리 취득, 부동산 개발 등의 자금소요가 계속되면서 재무부담을 줄이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조6276억원이던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9조7669억원으로 2.5배 가량 늘었다. 이에 따른 부채 비율도 2018년 안정적인 수준인 89.1%에서 지난해 141.7%로 늘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각각 'AA'에서 'AA-'로 내린 바 있다.
한신평은 "대형마트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온라인 사업부문은 수익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고정비를 커버하기 어려운 낮은 채산성과 높은 경쟁강도 등 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마트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
◆정용진 회장 '강도 높은 쇄신' 강조...노조 반발도
이번 조치는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강조해 온 강도 높은 쇄신의 일환이다. 기존의 시스템과 방식으로 신세계가 당면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 개편에도 나섰다. 연말이면 정기인사로 인사 평가를 대신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 실적에 따라 수시로 임원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한채양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강한 이마트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비대해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노력도 허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마트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직원들에게 책임 떠넘기기식 희망퇴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내고 "온라인이 미약할 때 유통 1등이라는 노스텔지어에 취해 변화에 둔감하고 조직문화는 후진적이다 못해 관료화 돼 있다"며 "회사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만 할게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회사의 냉철한 자기 분석과 반성을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마트는 내달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15년 이상인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이 대상이다. 혜택으로 특별퇴직금은 월 급여 24개월 치(기본급 기준 40개월 치)와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3000만 원의 전직지원금을 제시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