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44주 연속 상승…신규 입주물량 몰린 강동 제외 갈수록 씨 마르는 지경
전셋값 올리는 요인 고금리·대출규제·비(非)아파트 비선호·임대차 3법 등 산재
박상우 국토장관표 '기업형 장기임대', 박근혜정부 '뉴스테이'와 다른 대안 제시 기대
임대차3법 적용 '형평성' 논란·임대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 감수할 세입자 유인책 여부 관건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서울 전셋값에 도무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44주 연속 상승했다.
25개구 가운데 강동만 유일하게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일 뿐이다. 강동은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 브릿지,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 등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거나 앞두고 있는 공급초과 상태인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24개구는 주간별로 다소 등락을 보이긴 해도 추세적으로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배경과 요인에 대해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정리를 해보면 일단 수급 문제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보다 수급논리가 우선하는 시장이어서다.
KT ESTATE가 운영 중인 리마크빌 동대문 전경 [사진=국토부] |
전체적으로 입주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문제다. 그나마 강동 쪽 대규모 입주물량이 1분기에 집중된 수치가 반영됐지만 2, 3분기로 갈수록 신규 입주 물량은 씨가 마를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매매시장에 대한 불투명성이 전월세 시장의 쏠림현상으로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추세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까지 겹친 데다, 정부 역시 거래활성화를 위한 규제 폐지는 주저하고 있으니 매수심리가 크게 호전될 환경은 아닌 것이다.
전세사기로 인한 비(非)아파트에 대한 비선호 수요도 아파트 전세수요로 더욱 쏠리게 하는 요인이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기존 세입자들도 '2+2 연장'과 '5% 상한 룰'을 활용할 수 있는 전월세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카드를 적극 꺼내들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시장에 자리 잡아가게 됐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세난과 역전세난를 반복시키는 '천수답' 같은 악법인 게 이미 우리는 체감해 왔다.
이제 서울 전셋값은 '넘사벽'이 됐다. 국민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20억원을 넘는다는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강남지역을 차치하더라도 비(非)강남지역에서도 지난 1년도 안된 사이 1억~2억원이 우습게 뛰고 있다는 것은 '팩트'다. 결국 서울 전셋값이 비싸지면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 내놓은 해결방안이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공급이다. 반복되는 전세난과 역전세난을 해소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뿌리 깊게 박힌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특히 기업형 장기임대에 대한 박상우 국토부장관의 의지가 강하다. 취임일성 때부터 전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소신을 강조해왔기에 더욱 주목 되는 이유다. 얼핏 기업형 장기임대라는 개념이 박근혜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뉴스테이'와 유사한처럼 보인다. 뉴스테이는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 8년간 보증금+월세 형태로 저렴하게 세를 주도록 한 제도였다. 정부가 임대료 인상 상한선를 규제하는 대신에 민간 사업자에게 건설자금도 지원해 주고 세금도 깎아주는 형태로 장기임대를 독려했던 제도지만 시범사업에 그친 사실상 '실패작'이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20년 이상을 장기로 임대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간접투자인 리츠를 활용해 임대수익을 투자한 일반국민 뿐만 아니라 세입자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배당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임대사업자에겐 기금 융자와 세금을 깎아줘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통신사인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자사 부지를 활용해 주거시설을 짓고 임대를 놓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인데, 이를 다른 임대사업자들에게도 확산시키기 위해 부동산 리츠를 활성화시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임대 비중이 미약한 반면, 일반인이 주도하는 전세시장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선 안정적 공급을 해 줄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박 장관은 이를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단 구체적인 안은 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정됐기 때문에 좀 더 지켜 볼 필요는 있다. 다만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5% 상한 룰'을 적용시키지도 않고 임대계약 기간 중 세입자가 나가면 새로운 세입자에겐 시세를 반영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진 않는다.
임대차3법 적용여부의 '형평성'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 특히 세입자들이 이를 감당하면서 들어오게 할 유인책이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민간임대 활성화에 대한 노력은 적지 않았는데, 박 장관의 '신박한 묘수'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하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