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날씨 보도에 '파란색 1'을 크게 표기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MBC에 대해 법정제재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날씨 뉴스를 전하면서 커다란 파란색 숫자 '1'을 그래픽으로 사용한 MBC 방송과 관련해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 청취'가 의결됐다.
MBC는 앞서 지난 달 27일 저녁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가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다고 전하는 과정에서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며 다음 날인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가 선거방송 심의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 제12조(사실보도) 제1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MBC 방송 화면 갈무리]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아무리 그간 극도로 민주당에 편향된 방송을 해온 MBC지만 이건 선 넘은 거라 생각한다"며 "MBC 일기예보에 사람 키보다 큰 파란색 '1' 대신에 같은 크기의 빨간색 '2'로 바꿔놓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기상 캐스터가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한 게 특이해 보여 1이란 숫자에 주목했다"며 "만약 최저농도가 2였다면 당연히 2를 내세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방위 권재홍 위원은 "30여년 방송사에 있으면서 '미세먼지 1'을 저렇게 표현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2월 23, 24, 26일에도 서울 여러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을 기록했기 때문에 새로운 일도 아니었다.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손형기 위원도 "날씨까지 이용하는 MBC의 교묘한 정치 편파에 상당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박애성 위원은 "숫자 1을 세워 놓은 것과 관련해 아주 많은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특정 당 연상을) 의심할 수 있는 방송을 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환 위원도 "서울에 늘 미세먼지가 가득한데 잠시 일부 구에서라도 1이 있었다면 특이성을 뽑아 뉴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선거국면이기 때문"이라면서 "전례가 있었는데도 선거국면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화면을 쓴 것은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야권 추천 심재흔 위원은 "날씨 뉴스에 정치 프레임을 씌워서 떠들썩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성명을 내고 "MBC 날씨 보도에 대해 공정언론국민연대를 비롯한 정당, 일반인들의 민원이 접수됐고 공언련 임원 출신인 최철호 선방위원의 제의로 안건에 상정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언련 출신 권재홍, 최철호 선방위원의 '셀프 심의'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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