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슬기로운 직장생활] 화해로 회사의 조직문화 바꾸기

기사입력 : 2024년03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3월05일 06:00

남성 중심 사내 문화 형성…성희롱 가해자 고소
기업, 성희롱 가해자 징계해고…"2차 피해 유발"
중노위, 사내 문화 바꿀 기회로 회사에 화해 권유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C 회사는 국내 굴지의 철 관련 제조회사이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 초기부터 현재까지 국가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해오면서 회사의 조직 분위기는 아주 경직되어 있다. 이러한 경직된 분위기 속에 남성 중심의 사내 문화가 횡행하였고, 이런 문화 속에서 사내 성희롱 등 성 관련 비위는 흔한 가십거리가 된 지 오래다.

수십 년 전에 입사하여 생산부 계장의 자리까지 올라온 회사 충성파로 40대 초반의 가장인 D 씨. 그는 평소 직장 상사로부터 회사 내부 직원 간 다툼으로 서로 고소 등을 제기한다면 결국 회사에 손해를 끼치니 다툼 당사자 모두 해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어왔고 이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내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를 제기하였단 소식을 전해 들었다.

D 씨는 평소 직장 상사와 형성해 온 논리대로,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해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회사 내부 인터넷망에 게시하였는데, 놀랍게도 이 글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1만여 건에 달하는 조회수와 100여 건에 달하는 '성희롱 2차 가해 주장 글'이 올라오고 급기야 외부 언론에까지 보도되어 회사와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회사는 그동안 사내 여러 가지 비위 사건으로 대외적 이미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던 차에 이번 사건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훼손에 대해 더 이상 관용하지 않고 엄벌을 천명하며,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D 씨가 과거 징계 이력이 전혀 없음에도 성희롱 2차 피해를 유발했단 이유로 징계해고 처분하였다.

D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노동위원회는 인정되는 징계 혐의에 비해 양정이 너무 가혹하여 부당하다는 판정을 했으나, 회사는 이러한 초심의 판정을 수용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하였다.

2023. 2월 늦겨울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어느 늦은 오후 시간 중앙노동위원회 제1심 판정실에 D 씨는 상기된 얼굴에 웅크린 모습으로 들어섰다. D 씨는 비록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임을 인정받았지만, 회사의 불복으로 전남 광양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있는 세종까지의 먼 길을 와야 했다. 초췌하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주심 공익위원의 심문을 시작으로 노사 위원까지 모두 심문을 마칠 때까지 회사는 여전히 조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 징계의 양정이 정당하다는 논리만 펼칠 뿐이고, D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고, 징계양정은 지나치니 해고를 제외한 어떠한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지방노동위원회에
서와 같이 일관되게 피력하였다.

심판위원회 의장은 다른 공익위원들의 심문 내용과 당사자들의 답변 내용을 곰곰이 들은 후, 지금의 상황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소위 2차 가해자인 나구제 씨, 나구제 씨에 대한 탄원서를 써준 수많은 동료 근로자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매끄럽지 못하게 처리한 회사 등이 유기적으로 연관됐음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그동안 남성 중심적이고 경직된 사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관련된 모두가 아픔을 나눠 갖는 상황인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내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좋은 기회로 삼아보라고 회사에 화해를 권유하였다.

이에 C 회사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성관련 비위 사건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조직 기강을 세워나가는 한편 성희롱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도 더 노력할 뿐만 아니라 D 씨에 대해 해고 이외의 다른 징계처분을 할 수 있을지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하였다.

이에 따라 심판위원회는 첫째, 해고 취소(낮은 수위로 처분), 둘째, D 씨는 회사에 진실된 사과문(내용, 게시 장소, 기간, 방법 등은 회사의 요구에 따름) 제출, 셋째, D 씨는 성 인지 감수성 증진을 위한 특별교육 이수, 넷째, 회사는 동종·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과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 등을 포함하는 화해 권고안을 회사에 제시하며 2주간의 화해 기간을 부여하였다.

회사는 심판위원회의 화해 권고안을 받아 들고 2주간 장고에 들어간다. 2주간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은 회사 내 10여 단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화해 권고안을 '수용하자'와 '수용하지 말자'로 팽팽하게 나뉘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차지하는 회사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판정에 의한 구제보다는 노사 자율에 의한 문제 해결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화해 권고 기간 마지막 날,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기운이 아지랑이를 타고 아른아른 올라오는 어느 늦은 오후,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벨 소리 다음에 대리인의 짧은 한마디, "중노위의 권고대로 화해하기로 CEO께서 최종 결정하셨습니다."

회사 내부의 만만찮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대표가 대승적 결단으로 심판위원회의 화해 권고안을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40대 가장은 직장에 복귀하였고, 회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고만이 능사가 아니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적극적으로 바꿔나가는 모습을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임으로써 진정한 조직기강 확립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정성헌 부산동부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과장

※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 내용을 연재하는 기사입니다.

j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