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특전기자가 간다] '8.5G 중력가속도'에 기절 직전…실핏줄 터져도 버텼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충북 청주 항공우주의료원 비행환경적응훈련
G테스트·비상탈출훈련·저압실비행훈련 등
불굴의 의지로 약 650kg 중력 이겨내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버텨야 합니다, 호흡하세요! 조금만 더!"

머리부터 심장과 폐 등 모든 장기가 짓눌렸다. 중력가속도는 8.5G, 기자 체중의 8.5배인 약 650kg의 중력이다. 뇌의 혈액이 급속히 아래로 쏠려 시야가 어두워지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모든 근육을 쥐어짰다. 이미 앞은 보이지 않는다. 호흡하라고 소리치는 교관 목소리만 들린다. 필사적으로 숨을 헐떡였다. 기절 직전이었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속도내성강화훈련 시작 전(위)과 진행 중(아래)인 모습. [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돼보고 싶었다. 고도의 특수 비행을 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전투기 조종사는 파일럿(pilot)이 아니라 '파이터(fighter)'라고 부른다. 유유히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전사'로서 비행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최첨단 전투기를 타고 창공을 나는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다.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을 찾았다. 가속도내성강화훈련, 비상탈출훈련, 저압실비행훈련 등 비행환경적응훈련을 해보기로 했다.

이날 오전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군의관 문진을 끝내고 카키색 조종복을 받았다. 조종복 입은 공군은 만나봤지만 직접 입어 본 건 처음이었다. 전투화에 장갑까지 끼고 나니 잠시나마 조종사가 된 실감이 났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다. 상하의 일체형인 조종복은 가볍고 편안했다. 태극기와 공군 마크, 기자 이름이 적힌 패치까지 붙였다.

조종사가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훈련이 바로 G(gravity) 테스트라고 불리는 가속도내성강화훈련이다. 전투기가 빠르게 기동할 때 조종사가 받는 중력가속도 하중을 가정한 훈련이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가속도는 1G인데, 2G라고 하면 몸무게의 2배 중력에 눌린다는 뜻이다. 3G부터는 얼굴이 밑으로 축 처지면서 4G가 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의식을 상실할 수 있다. 6G는 하체에 피가 몰리는 것을 막지 않으면 불과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게 된다. 6G 이상부터는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곧바로 기절한다.

모형전투기 조종석에 앉았다. 곤돌라 모양의 중력가속도 훈련 장비다. 이 장비가 큰 원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돌아 중력가속도 하중을 만든다. 한 명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비좁은 공간에 허리를 숙여 들어갔다. 앞에는 비행 상황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다. 좌·우측에는 수많은 조작버튼과 계기판이 설치됐다. 안전요원이 양측 어깨와 다리에 있는 안전띠를 채운 뒤 꽉 조였다. 6G에서 20초를 버티는 훈련이었다. 최종 점검이 끝나고 문은 닫혔다.

중력가속도 하중을 버티려면 온몸에 힘을 줘야 한다. 하체로 과도하게 피가 쏠리면 의식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하체와 복부 근육을 수축하는 게 중요하다. 훈련 장비에 탑승하기 전 특수호흡을 따로 배웠다. 기관지 양쪽 사이 틈을 완전히 닫고 복부와 하체에 힘을 주며 터뜨리듯 호흡하는 것이다. 3초 간격으로 이 호흡을 반복해야 한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가속도내성강화훈련 시작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곤돌라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호흡하고 하체, 복부, 호흡을 다시 생각했다. 교관 지시에 따라 중앙에 있는 조종대를 힘껏 당겼다. 블랙홀에 빠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4차원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비행 스크린이 90도쯤 돌아갔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입과 목, 가슴이 꽉 눌렸다. 배운 것을 최대한 기억하며 억지로 호흡했다. 멈춰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6G에서는 말은커녕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교관이 "눈 크게 떠야 한다"고 외쳤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이다. 머리도 자꾸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교관은 "머리 들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괴로웠다. 단순히 숨을 못 쉬는 고통이 아니다. 원심분리기 안에서 온갖 감각이 뒤틀리고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속으로 '제발 그만'이라고 소리치면서 결국 20초를 버텨냈다.

"합격입니다." 기뻐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는 게 먼저였다. 곤돌라에서 나와 대기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입은 바싹 말라 있었고 어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 물을 마시자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모든 근육에 최대의 힘을 쓰니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조종대를 얼마나 강하게 당겼는지 주먹을 꽉 쥘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리가 덜덜 떨렸다.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6G를 겨우 버텼다. 그러나 기자는 훈련에 앞서 8.5G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었다. 입을 꿰매고 싶다. 8.5G는 실제 조종사들이 하는 훈련이다. F-15 전투기 조종사는 8.5G에서 15초를 버텨야 한다. 다행인 건, 바로 도전하는 게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다.

6G 이상부터는 혈액이 하체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G슈트라는 장비를 착용한다. 일종의 압박 붕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8.5G쯤 되면 실핏줄이 터지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패기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교관은 기자를 불러 8.5G에 대해 몇 번이나 설명했고, 다른 현역 장병들도 "정말로 할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느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왔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독기로 무장했다. 전투에서 2등은 땅에 묻힌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돌이켜보면 8.5G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건 싸움이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자 국방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군에 대한 열정이기도 하다.

[청주=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본지 기자가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비상탈출훈련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3.01 parksj@newspim.com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8.5G를 버텨냈다. 장비를 나오는 계단에서 다리 힘이 풀려 미끄러졌다. 세 명에게 거의 들려 내려왔다. 조종사는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조종사들은 이 공간 안에서 한없이 단단하며, 눌러도 찌그러지지 않고, 당겨도 끊어지지 않으며, 밀어도 흔들리지 않는,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조종사들이 조종흉장(Wing)을 받기까지는 이같은 고통을 수도 없이 인내해야 한다.

저압실비행훈련도 쉽지 않았다. 높은 고도를 가정해 저압·저산소 상태에 노출하는 밀폐된 저압 훈련장이다. 일부는 고도 상승·하강 과정에서 귀 등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리에 앉아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 저압실의 공기가 서서히 빠지고 2만5000피트까지 올라갔다. 교관 지시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제거했다.

구구단이 적힌 종이에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2분쯤 지났을까, 교관이 손짓으로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답했지만, 교관은 기자를 3초 정도 보더니 급히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왜 씌웠냐고 묻자, 산소포화도가 과도하게 떨어졌고 입술도 보라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저산소증에서는 정상적인 사고가 힘들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외에도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행착각 상황을 맞닥뜨린다. 실제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청력, 방향감각 등 모든 감각이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인체 능력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다. 기체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 하강하다가 바다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공간감각상실훈련은 그런 상황을 경험하는 훈련이다. 시뮬레이션 장비에 앉으니 스크린 가상 상황이 펼쳐졌다. 분명 기체는 10도 상승하고 있는데 체감은 60도 이상이었다. 기체는 기울지 않았는데 좌·우측으로 기울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전투기 추락 등 최후의 수단에 대처하는 법도 역시 숙달해야 한다. 전투기에는 비상시 기체에서 벗어나는 장치가 조종석 아래 설치돼 있다. 조종석이 사출될 때 순간적인 충격 때문에 조종사에게 큰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탈출 자세를 숙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헬멧 등을 착용하고 장비에 앉아 자세를 고정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다리 사이에 있는 레버를 당기자, 조종석이 순식간에 10m가량 솟아올랐다. 체감상 순간 속도는 유명한 놀이기구의 3배쯤 되는 것 같았다.

고생 끝에 비행환경적응훈련 수료증을 받았다. 하루 동안 흘린 땀이 여기 담겨 있고 앞으로 흘리게 될 땀도 여기에 담겨 있다. 기자는 이 수료증을 갖고 곳곳을 날아다니며 군을 취재할 것이다. 지금보다 8.5배의 스트레스가 와도 좋을 정도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적어도 8.5G를 견디며 실핏줄이 터져 생긴 붉은 반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parksj@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연극배우협 "윤석화 별세아냐…사과"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국연극배우협회가 19일 배우 윤석화의 별세 소식을 발표했다가 정정하고 사과했다. 연극배우협회는 19일 정정 보도자료를 통해 "배우 윤석화 별세 소식은 사실이 아님을 긴급히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배우 윤석화 [사진=돌꽃컴퍼니] 앞서 연극배우협회는 이날 오전 5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화가 전날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연극배우협회는 정정 소식과 함께 "윤석화 배우는 뇌종양 투병 중으로 병세가 매우 위중한 상태지만, 현재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호흡을 유지하고 계시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 가족분들과 배우님을 아끼는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쾌차를 바라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석화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아 투병해왔다.  jyyang@newspim.com  2025-12-19 08:10
사진
김건희 특검, 이창수에 소환조사 통보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노수 특별검사보(특검보)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처분 당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 한 명을 상대로 오는 22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것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스핌DB] 박 특검보는 이어 "김 여사의 디올백 명품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초에 있었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수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 당시 중앙지검장을 지낸 최종 책임자였다. 아울러 박 특검보는 이날 "특검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각 사건의 처분이 있던 당시에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 민정수석,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중앙지검 제4차장 및 디올백 명품 수수 사건의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들의 사무실과 차량, 휴대폰, 업무용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오늘 오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전 민정수석 사진. [사진=뉴스핌DB] 압수수색 대상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심우정 전 검찰총장, 박승환 전 중앙지검1차장검사, 김승호 전 형사1부장검사 등 총 8명이다. 디올백 수수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중앙지검 형사1부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여사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지난 2일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앙지검, 내란 특검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추가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도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앞서 김 여사는 당시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 김정숙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고 있나'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같은 달 2일 김 여사 관련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오는 28일 종료되는 만큼, 남은 기간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yek105@newspim.com 2025-12-18 15:59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