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행위로 인정하기 부족할 뿐 결백하다는 뜻은 아냐"
근로기준법위반 혐의 징역 1년·집유 2년·벌금 100만원
피해자 측 "수사를 얼마나 대충한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치아 투명교정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받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원장이 1심에서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15일 사기·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치과원장 강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직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일반 고정식 장치를 통한 교정방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투명교정 방식을 권유하고, 가격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대량 유치하여 교정비 명목의 금원을 받은 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이를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박 판사는 "피고인이 부실 진료에 따른 민사상 채무 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피해자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교정비 명목의 금원을 편취했다고 평가하기에 법률적으로 무리가 있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모아보더라도 사기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구체적으로 "투명교정에 적합한 경미한 치아 이동이 필요한 경우와 투명교정이 부적합한 치아 이동이 많이 필요한 경우를 구분하는 명확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따라서 환자에 대한 교정방법은 환자의 요청과 치과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운영한 치과는 진단을 전담으로 하는 의사가 최초 내원한 환자를 진단하고 환자에게 교정치료 방식을 설명하면 이후 상담실장과 치료 일정이나 비용 등의 추가적인 상담을 통해 교정방법을 최종 결정한다"며 "해당 치과에서 근무했던 의사들과 상담실장들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을 모두 살펴봐도 피고인이 투명교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투명교정 방식을 지시하거나 강요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박 판사는 "해당 치과에서 투명교정 방식이 아니라 일반 고정식 장치를 통한 교정방식으로도 교정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비율이 상당했고, 어느 하나의 치료 방식이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거나 더 큰 순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투명교정을 해서는 안되는 환자들에게까지 굳이 투명교정 방식의 치료를 강행해야 할 동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강씨는 교정 과정에서 환자 6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적용됐는데 이에 대해 박 판사는 "피고인은 치과의 대표원장으로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교정치료를 담당한 의사들에게 구체적인 진료방식을 지시하였다거나 진료 과정에 개입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에 대해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은 피고인이 업무상 과실치사의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결백하거나 떳떳하다고 해서 무죄 판결하는 것이 아니다"며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고, 그 진료행위를 기망행위로 판단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요건 충족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지금 수사된 내용만 가지고는 이를 기망행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결코 피고인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해자들은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라고 하는데 너무 유감스럽다"며 "4년 동안 재판을 질질 끌더니 결국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수사를 얼마나 대충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일부 피해자들은 강씨를 상대로 진료비와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2020년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강씨가 돈이 없다고 버티면서 아직까지 진료비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