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몸, 지난해 국내 1호 무인갤러리 개점
김손비야 대표 "고객과 작품 거리 가깝게"
국내 키오스크 보급 코로나 전 대비 14배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길을 걷다 잠시 들러 아무런 간섭없이 작품을 감상하고 이 자리에서 바로 작품을 살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24시 무인 갤러리인 '갤러리몸(Gallery MoM)'에 대한 한 시민의 평가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 1호 무인 갤러리로 문을 연 이곳은 아담한 공간이지만 실력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는 산실로 알려졌다. 실제 갤러리몸은 몸과 마음, 그리고 이 둘을 모았다는 모음의 줄임말인 몸을 의미한다. 영어 표기로 몸(Mom)은 작가의 작품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경태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마련된 24시 무인 갤러리 1호점의 모습. 2024.02.10 biggerthanseoul@newspim.com |
갤러리에 들어서면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 편에는 무인 자동 로봇 자판기가 놓여있고 입구 옆에는 색다른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가 마련돼 있다. 실제 이 키오스크를 통해서 작품을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갤러리몸에서는 피카소, 샤갈, 렘브란트, 달리 등 해외 유명작가 판화전을 시작으로 왕열, 고민철, 남여주, 로사리, 임종엽, 조이(Zoey)의 개인전이 열렸다.
김손비야 갤러리몸 대표는 "직장인도 퇴근 후 원하는 시간 어느 때에도 방문이 가능하며 혼자서도 오롯이 그림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대중들에게 친숙함보다 선뜻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공간으로 인식돼 있지만 갤러리몸은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갤러리의 품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갤러리몸은 그림 감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혹은 지인들과 편하게 차 한잔하면서 24시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김손비야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최근에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부부 관광객이 홍대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찾은 갤러리몸에서 작품을 구매해 가기도 했다.
김손비야 대표는 "올해에도 연말까지 6명의 작가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며 "무인 갤러리를 다른 지역에서도 열어 고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각종 소비재 중심의 무인점포 창업이 진행됐지만 이제는 갤러리 등 문화 콘텐츠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맞춤형 소비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창업 트렌드인 셈이다.
국내 무인 편의점수 및 키오스크 보급대수 추이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4.02.10 biggerthanseoul@newspim.com |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리테일 무인화, 임계점이 다가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무인점포 수는 2022년 말 기준 3310개로 전년 대비 55.8%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6배나 증가한 규모다.
국내 키오스크 보급대수 역시 2019년 8500개에서 2022년 11만7000개로 14배나 급증했다.
무인점포 전성시대가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셀프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고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축적된 소비자 데이터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개인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다"며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소형화, 효율화, 개인화에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인 점포를 연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연 희망리턴패키지 성과공유회에서는 중기부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아이스크림 무인점포를 재창업한 '감성냉장고'라는 스타트업이 소개되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무인점포만을 별도로 지원하기보다는 올해에는 위기극복과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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