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반도의 DMZ를 소재로 한 전시가 캐나다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가 캐나다 오타와에서 막을 연 '리얼 DMZ 프로젝트'의 해외 전시 '경계협상'이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후 "가장 중요한 미술전시 중 하나"라는 현지 미술전문 온라인 매거진 아킴보(Akimbo) 지의 평과 함께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이 전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이 재외한국문화원, 해외 예술 기관들과 함께 국내의 우수한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해외에 소개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Travelling Korean Arts)'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리얼 DMZ 프로젝트' 경계협상은 지난 2012년부터 10여 년 동안 한반도 비무장지대인(DMZ)와 한국 접경지역의 비·가시적 경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 왔다. 진흥원의 프로그램 지원으로 브라질,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에서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인 비무장지대의 현실과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작가들의 상상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새로운 시각으로 DMZ를 재현한다.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이번 전시는 주캐나다한국문화원(원장 이성은)과 캐나다의 대표적인 예술가 직접 운영단체(artist-run-centre)인 쏘 센터(SAW Centre)에서 진행되고 있다. 쏘 센터는 오타와시가 운영하는 Arts Court 예술복합단지의 상주단체로 오타와시립미술관을 재건축하여 다양하고 실험적인 전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본 전시에서도 주제와 구성에 맞는최적의 전시 공간을 구현했다. 이번에 캐나다에서는 영상, 회화, 설치,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예술작품을창작하는 16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에서 직접 리서치를 통해 제작한 신작도 공개했다. 카셀도큐멘타15에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시각연구밴드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의 신작 '덩굴: 경계와 흔적'은 DMZ의 빈 건축물들을 점거한 식물들을 채취하며 자연의흔적을 추적한다. 캐나다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혜안폴권카젠다(HaeAhn Paul Kwon Kajander)는 강화도 교동도부터 강원도 고성을 오가며 진행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신작 '창살 너머 불을 불로'와 '사라짐없이 떠나기'를 시연했다.
'경계협상'은 남북 관계와 분단 상황, 민통선 내 주민의 삶 등 DMZ를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화두를 제시했다는 평이다. 전시기간 중인 1월에 벌어진 남북 간 긴장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전직 캐나다 외교관 출신 북한 전문가 j. 트로티에씨(James Trottier)는 "지난 70년간 남북한 소통에크게 진전을 보지 못한 답답한 마음을 예술가들이 독특한 시각과 화두로 풀어낸 것 같다. 최근 한반도 상황과 맞물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또한 패널 토론 및 영화 상영, 문학의 밤, 큐레이터 투어 등 전시와 관련 있는 콘텐츠를 다양한 형식의 부대행사로 진행하여 현지 대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지 주요 화랑 중 하나인 중앙예술창고의 대니 허시(Danny Hussey) 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출신 작가들로 앞으로 이 작가들의 전시를 주최하고 싶다"고 전했다. 3개월간 약 1000명(23일 현재)의 관람객이 방문한 이번 전시는 이달 27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은 한국 문화예술의 동시대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해외에 소개하며 파급력을 확대해 왔다. 또한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 초청사업을 통해 추후 사업 연계를 도모하며 국제문화교류의 허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024년 올해에는 11건(공연 6건, 전시 5건)의 순회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사업을 담당하는 임수빈 교류기획팀장은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경계협상' 전시를 통해 캐나다 관객들이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동시대적인 관점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새롭게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