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확정될 확률이 99%"
'공중협박죄' 형법 개정 속도 '주목'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살인예고글 작성자들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에 검찰의 항소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는 2심에서 이들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검찰청이 지난해 8월 법무부에 건의한 '공중협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 '살인예고글' 작성자 잇단 집유…검찰 항소 '응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33)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 항소를 제기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림역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112 신고를 받은 경찰관 9명이 현장에 출동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추종 범행을 예고한 사안"이라며 "사회적 불안감이 더욱 증폭된 점, 다수의 경찰관이 출동하는 등 공권력의 낭비가 초래된 점, 피고인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했고, 뉘우침도 없어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성남=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지난해 8월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오리역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은 서현역 흉기난동에 이어 성남 일대에서 흉기난동 예고가 잇따르자 서현역, 야탑역, 오리역 등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2023.08.04 choipix16@newspim.com |
이와 함께 검찰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경찰을 사칭해 살인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 김모씨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달 27일 항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경찰청 소속인 것처럼 사칭하고 '강남역에서 칼부림을 한다. 다 죽여버릴 것임'이라는 내용의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김씨는 강남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했고 이로 인해 99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긴급 상황에서 적절하게 조치를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선고 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 2심서 형량 가중 가능성은 희박…'공중협박죄' 국회 계류 중
법조계 안팎에선 2심에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현행법상 살인예고글 사건에 적용되고 있는 법 조항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며 "협박만 해도 대상자가 특정이 안 되는 문제가 있고, 공무집행방해의 경우도 119에 전화한 것이 아닌 단순 장난 글을 올린 거라 애매하다"고 내다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항소 기각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될 확률이 99%"라며 "국민들이 겁을 먹고 잠재적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6개월형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이지만 법원의 전반적인 선고 분위기를 봤을 때 실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인예고글이 올라왔을 때 불안을 느꼈을 시민들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듯, 경미한 수준의 살인 예고 범죄는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해 대검은 지난해 8월 법무부에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공중협박죄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이를 가장해 공중을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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