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가족 내 따돌림 주도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 법무법인 출신 미국변호사의 첫 재판이 19일 열렸으나 변호인 측의 기록 검토가 늦어지면서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허경무 김정곤 김미경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최근 새로 선임된 현씨의 변호인은 아직 기록을 다 입수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만 진행됐다. 양복차림으로 등장한 현씨는 재판 내내 간신히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바닥만 쳐다봤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별거중이던 아내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현씨는 결혼 초기부터 피해자 A씨의 소득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자녀들로 하여금 A씨에 대한 욕설과 비하 언행을 하게 한 뒤 해당 녹음파일을 전송하고, 추석 명절에 A씨만 남겨두고 자녀들과 홍콩 여행을 가는 등 가족 내 따돌림을 주도했으며, 피해자 직장에 전화해 A씨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등 A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중인 상태였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A씨가 자녀의 책가방을 가져오기 위해 현씨의 주거지에 방문했을 때 이혼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됐고 격분한 현씨가 피해자를 주먹과 흉기 등으로 폭행하고 결국 살해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재판부에는 현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가 대거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수백명에 가까운 분들이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을 만난 A씨의 유가족은 "오늘 재판을 보니 가슴이 너무 뛰어서 말이 안나온다"며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저 인간은 악마다. 악마"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최근 수사 때와 다른 법무법인을 새로 선임했다"며 "정말 쓰레기다"라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월 28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현씨는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미국변호사로 사건 발생 직후 퇴사했으며, 그의 부친은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