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 "국내 제약사, 인허가 및 등록 준비 미비"
한국 규제수준 국제적 인정도 필요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대웅제약의 '엔블로', HK이노엔의 '케이캡' 등 의약품 수출 성공 사례가 늘면서 당국도 해외 진출 열기에 가담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올해 규제개선 3.0 전략을 추진하고 의약품이 해외에 진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11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6차 포럼'에서 국내 의약품 기업들의 해외 인허가 및 등록 준비가 미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해외바이어를 대상으로 한국 기업과 거래 시 개선할 방안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국가마다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가이드라인이 다름에도, 관련 분야의 이해도가 낮다는 평가다.
제약사들은 해외 진출에 열의가 높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5년간 국내 의약품 수출 금액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며 2022년 80억 달러(약 10조 원)를 돌파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북미나 서유럽 쪽보다는 동남아로 진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11일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6차 포럼에서 연사 및 패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1.11 hello@newspim.com |
제약사들은 선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한국 규제수준의 국제적 인정을 꼽고 있다. 한국 의약품의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인정받을 경우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한국이 우수 규제 국가로 등재될 경우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거나 자료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당국은 수출국과 규제를 조화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수출지원전략 담당관'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제정된 규제과학 혁신법을 지원하는 조직을 갖췄다. 특히 글로벌 수출지원전략 담당관은 임시 조직으로 시작해 정규 조직으로 변모하며 중요도가 높아졌다.
오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글로벌수출전략담당관은 "미국은 일찍이 글로벌 정책 전략국 'OGPS'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각 회원국을 관리할뿐 아니라 글로벌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식약처도 한국식 OGPS로 새로운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다음달 국제 인공지능 규제 심포지엄 'AIRIS 2024'가 개최된다. AI에 활용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개발을 활성화하고, 이에 적합한 규제를 정립하자는 의도다.
식약처에서는 R2R 협력에도 주력하고 있다. R2R이란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의약품을 신뢰해 해외에서 간소한 절차로 허가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에콰도르, 페루, 우즈베키스탄과 협력하고 있다.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규제개선 2.0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에서의 허가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규제개선 3.0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자사 역량을 파악해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현철 다산제약 글로벌사업팀장은 "한국이 PIC/S에 가입돼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브라질 같은 높은 수준의 규제 국가 제외하고는 웬만한 국가 상대로는 GMP 이슈가 없다"면서도 "다만 각 지역 국가에 등록할 때 필요한 요구사항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국제공통기술문서(CTD) 양식 등 회사의 등록 서류나 데이터에 사용된 가이드라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의 안정성 같은 경우 한국은 ICH 가이드라인의 Zone 2 기준을 사용하는데 이렇게만 자료가 있을 경우 동남아, 중동, 남미는 진입이 어려워 해당국가의 안정성조건에서 최소 1년이라는 안정성 수행 기간이 추가로 든다"고 개발 시부터 수출을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