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승소 대법원 최종 판결 늦추려 사법부와 협의
강제동원시민모임 "장관 임명보다 법적 책임 물어야"
조 후보자 "의견서 내용 사법부와 협의한 적 없어"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윤석열 정부의 2번째 외교장관에 지명된 조태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일 열린다.
청문회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조 후보자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늦추기 위해 사법부와 함께 '의견서 제출'을 협의했다는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1.08. choipix16@newspim.com |
조 후보자는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이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이 소송이 최종확정될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한일관계 파국 등을 막기 위해 재판을 지연시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소송 기록에는 당시 외교부 2차관이던 조 후보자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2015년 6월과 8월, 2016년 9월 등 3차례 만나 강제동원 소송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나온다. 이들이 강제동원 소송이 원고 승소로 최종 확정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파장 등을 정리한 외교부의 의견서를 사법부에 제출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나올 경우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대법원은 외교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소송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제의하고 이 문제를 당시 조 2차관과 협의했다는 것이 재판 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외교부는 결국 2016년 11월 대법원에 강제동원 배상 소송과 관련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는 '조약 해석에 대한 국제법적 원칙과 적용 관행' '한일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의 관계' 등이 담겼다. 또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한일 관계가 파국을 맞고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와 언론 보도, 제언 등도 포함돼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외교부가 사법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판결에 개입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외교부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에 피해자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의 문제를 지적한 것을 두고 '매국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 최정례씨 조카 며느리인 이경자 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가 끝난 뒤 배상 및 공식 사과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01.08.leemario@newspim.com |
조 후보자가 당시 이 문제에 직접 개입돼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4일 조 후보자에 대해 "외교수장을 맡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사법농단 사건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고 규탄하며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조 후보자는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의견서 제출과 관련, "대법원이 관련 국제법 원칙과 국제 관행, 한일 청구권 협정 교섭 내용, 판례, 학설 등 제반 관련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통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외교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소송에서 의견서를 전달하는 것은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의견서 내용을 두고 사법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조율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의견서의) 내용을 두고 법원행정처와 협의 또는 조율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청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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