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몰서 '내일배송' 개시...쿠팡 '로켓배송' 견제
B2B 식자재 시장에도 눈길...충성고객 가두기 전략
쿠팡 갈등 2년차 돌입...탈쿠팡 기조 지속될 듯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CJ제일제당이 자사몰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쿠팡과 갈등으로 발주를 중단하는 등 이른바 '탈쿠팡' 2년차에 돌입한 가운데 자사몰 활성화 및 판매처 확대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자사몰 CJ더마켓에 B2B 전문관 'CJ더마켓 for Biz'를 오픈했다. 'CJ더마켓 for Biz'는 사업자등록번호 인증을 통해 사업자 회원으로 가입한 요식업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식자재 전용 상품을 비롯한 CJ제일제당 제품을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익일배송 서비스인 '내일 꼭! 오네(O-NE)'도 개시했다. 밤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날 CJ제일제당 제품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지난해 9월 햇반, 비비고 국물요리 등 일부 상온 제품에 한해 시범 운영해온 서비스를 전 제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이달 말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 등 타 플랫폼에서도 내일도착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사몰 CJ더마켓의 타깃 고객층으로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까지 확대한 셈이다. 김형우 CJ제일제당 디지털 사업본부 DTC 담당은 "이번 B2B 전문관 오픈을 시작으로 앞으로 소상공인 전용 제품 개발 및 혜택 강화 등 사업자 회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의 확장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CJ더마켓의 유료 멤버십인 '더프라임'의 회원비를 기존 대비 절반 이상 낮춘 월 990원, 연 9900원으로 재편했다. 또 새해를 맞아 최대 7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규모 프로모션 등 고객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은 일반 유통사 대비 할인 폭이 높고 빈도도 잦은 점이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자사몰로 유입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내일도착'서비스에 나선 것은 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론칭한 소상공인 대상 B2B 전문관인 'CJ더마켓 for Biz' 또한 쿠팡의 B2B서비스 '쿠팡 비즈'과 경쟁관계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햇반의 납품가를 조율하는 과정서 갈등을 빚고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제품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양사는 '발주 재개를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1년 넘게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각 사별로 대체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실상 결별로 관측된다.
쿠팡과 결별한 CJ제일제당은 신세계, 11번가, 네이버, 컬리, 배달의민족 등 유통업체들과도 탈(脫)쿠팡 연대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세계 계열 유통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컬리, 배민에서는 각각 공동기획한 특화상품 또는 선출시 제품을 내놓으며 쿠팡 견제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 유통 3사와는 선출시 제품, 특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고 컬리에는 즉석밥에 이은 두 번째 콜라보 제품인 냉동 밀키트 '떡만두국'을 최근 출시했다. 배달의민족에는 퀵커머스인 B마트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기획 제품도 개발 중이다.
CJ제일제당이 컬리와 손잡고 출시한 '떡만두국'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의 유통사 협업 상품의 판매 성적은 긍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8월 CJ제일제당이 신세계 유통 3사에 2달 먼저 선보인 '비비고 붕어빵' 3종(단팥·슈크림·초당옥수수)은 출시 후 두 달 동안 해당 채널에서 약 25만개가 판매됐다. 이후 판매처를 넓힌 지난해 11~12월 판매금액은 각각 10억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CJ제일제당의 '탈쿠팡' 기조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OTT(CJ EMM 티빙), 뷰티(CJ올리브영), 물류(CJ대한통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CJ그룹 계열사와 쿠팡 간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양사의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뿐 아니라 뷰티, OTT, 물류 등 복수의 사업 영역에서 CJ그룹과 쿠팡이 맞붙는 구도"라며 "갈등 봉합보다는 양측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