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도 통신 특화형 LLM 개발로 AI 시장 진출
갤럭시·아이폰도 내년 단말기에 AI 장착…고도화된 빅스비·시리
"획기적 변화보단 아직 마케팅 요소 강해"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휴대폰이 인공지능(AI)을 직접 활용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이해 통신업계가 AI와 통신을 결합한 통신 특화형 AI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AI는 마케팅적 요소가 강하며 챗GPT로 기대감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는 혁신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는 서버·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AI 산업화가 이뤄졌다. 내년부턴 스마트폰과 PC·가전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한 고객 맞춤형 AI 기술이 발달하는 소형 AI 경쟁으로 경쟁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통신업계도 단말기와 연계도를 높이며 통신 특화형 LLM을 개발하며 AI 대전에 뛰어들었다.
◆단말기와 스킨십 강화하는 통신형 LLM 서비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출시한 이후 휴대폰의 전화 기능을 단순 통화에서 일정 관리, 요약, 실시간 통역 등으로 확장했다.
단말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는 갤럭시의 '빅스비', 아이폰의 '시리' 등 제조사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에이닷이 수면패턴 관리, 통화 속 일정 관리 등 AI 비서 기능을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모으면서 업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에이닷의 10월 기준 월간 이용자수는 106만명, 11월엔 112만명을 기록하며 SK텔레콤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주력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특히 에이닷은 12월 중순 아이폰 사용자의 국내 통화에 한해 실시간 통화를 통역해주는 '통역콜' 기능을 선보이며 오는 1월 공개되는 갤럭시S24의 실시간 통역기능과 정면으로 맞선다. 통역 기능과 출시 시기가 비슷한 만큼 AI 기능에 대한 차이점에 관심이 쏠린다.
에이닷 서비스는 SK텔레콤의 초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A.X)가 기반이 된다. SK텔레콤은 통신사 특화형 자체 LLM을 고도화하기 위해 '오픈AI', '앤트로픽', '코난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내년 중 전화 대신 받기, 통화 전 대화 스크립트 제공, 스팸 필터링 기능 등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고객의 전화에서 파생된 비서 서비스를 강화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통신 서비스나 통신 고객에 특화된 LLM 개발을 통해 통신과 AI의 연계를 높이고 있다. KT는 지난 10월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하고 '믿음 스튜디오'라는 전용 포털을 오픈했다. KT는 AI 전화, AI 보이스 스튜디오, AI 고객센터(AICC) 등 다양한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AI를 적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그룹사 LG AI연구원의 초거대AI '엑사원'을 통신 기반 특화 모델인 '익시젠'으로 고도화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 같이 스마트폰이 자신 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첨단화된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기능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삼성전자] |
◆"소비자 기대하는 혁신엔 못 미쳐…마케팅 요소 강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오는 1월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4를 시작으로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KB증권은 '온디바이스 AI 팽창기 진입' 리포트를 통해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팽창기에 진입하며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내년 9월 아이폰16에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존 경험보다 개선된 맞춤형 AI 기술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만큼 혁신적인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차차 발전하는 과정 중이기 때문에 휴대폰이 영화 '허(HER)'에 나오는 AI 비서처럼 똑똑해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휴대폰이나 노트북의 그래픽, 리얼리티 등 많은 부분에 이미 AI 기능이 탑재돼 있다. 고객이 체감하지 못할 뿐"이라며 "사용자의 사용 환경을 분석한 화면 조도 자동 조절, 게임 내 매끄러운 그래픽 구현 등 여러가지 부분이 대부분 AI의 관여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의 AI 사업은 크게 고객 경험 개선 영역의 AI 서비스와 기업 고객을 위한 B2B 서비스로 나뉘는데 아직까지 두 가지 전부 큰 혁신에 가까워지진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챗GPT 열풍 이후 AI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감이 매우 커진 영향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 수준의 AI 제품이나 서비스는 마케팅적 요소가 크다. 자동화되고 편리해진 기능을 AI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AI 기기 시장은 차츰 커질 테지만 구현할 수 있는 칩이 발전하고 나서야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챗GPT의 경우 사용 경험에 따른 사용자 평가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비즈니스적 영역 외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는 아직"이라며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안부전화 서비스인 '클로바 케어콜', 여러 기업의 AI 챗봇 등에서 출발해 사용자외의 친숙한 서비스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