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시장, 2027년까지 연간 83%씩 성장 전망
애플, 3D 기술 등 AI폰에 탑재…내년 AI폰 경쟁 격화
삼성, 시장 선점 낙관 못해…"기능 실용성 내세워야"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내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갤럭시S24' 출시를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AI폰 시장 경쟁이 눈앞에 다가왔다. 애플 또한 차세대 기술을 탑재한 AI폰으로 맞서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AI폰의 활용도 등 AI 성능을 어느 정도로 향상시킬 지에 따라 시장 선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및 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AI폰 출하량은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7년까지 출하량은 연평균 83%씩 성장해 연간 5억2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4년간 누적 출하량은 10억대가 넘는다. 올해 출하량은 4700만대일 것으로 조사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향후 2년간 AI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이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당장 다음달 '갤럭시 언팩'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24를 공개해 애플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AI폰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삼성 가우스'와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갤럭시S24에 탑재하는 만큼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애플, 첨단기술 도입…AI폰 선점 경쟁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와 서버 기반(클라우드) AI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AI'를 스마트폰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AI 기능을 포함한 갤럭시 폰은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선호도, 취향 등을 학습해 각종 기능들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AI가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통역해 내용을 전달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공개했다.
또 삼성전자의 삼성 가우스는 문서 요약, 번역 등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이미지를 원하는대로 변경하고 고해상도로 전환하는 등 기능을 강화한다. 지난 10월 발표한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400'도 탑재될 전망이다. 이번 AP는 전작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I폰 시장을 안정적으로 선점할 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하더라도, 최대 경쟁사인 애플도 내년에 첨단 AI 기술로 무장한 AI폰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애플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면 경쟁 우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사람이 나오는 영상 한 개로 여러 3D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생성하는 AI인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을 발표했다. 영상에서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또 춤을 추는 사람의 얼굴과 복장, 배경까지 재조합할 수 있어 가상현실(VR)과 게임, 쇼핑 등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를 내년 아이폰16 시리즈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또 내년 하반기에 자체 AI 모델인 '에이젝스(Ajax)'를 기반으로 한 온디바이스 AI를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갤럭시S24' 출시를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AI폰 시장 경쟁이 눈앞에 다가왔다. 사진은 애플의 'HUGS'로 제작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애플] |
이 밖에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폰 개발에 적극 투자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선점은 더욱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를 공개하고, 이를 지난 10월 선보인 '픽셀8 프로'에 탑재해 오디오 녹음 요약과 텍스트 응답 등 기능을 강화한다.
◆시장 요구 반영된 '기능 실용성' 관건
이 같이 AI폰 시장이 내년에 급격하게 개화하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실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관련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업데이트해야 우위를 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I폰에 최신 기술만 탑재했다가는 가상현실(VR) 기기인 '기어 VR'과 'HMD 오디세이'와 같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기어 VR, 2017년 HMD 오디세이를 출시했지만 실용성이 떨어지고 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흥행에 어려움을 겪어 차기작을 내놓지 않았다. 구글 등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이유로 VR 사업을 중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월등한 성능의 AI폰을 출시하게 된다면 관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AI폰에 큰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경쟁사들이 첨단 기술을 앞세울 것으로 보여 삼성이 의미 있는 점유율을 유지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사용자들이 실생활과 마케팅 분야에서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AI 기능을 먼저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AI 성능 향상을 위한 기초적인 노력에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앱 등 AI 성능을 위한 부분별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며 "향후 AI폰의 경쟁력에서 첨단 반도체 성능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AI 기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