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월렛 보관비율 70%→80%로 상향
보험·공제 가입, 준비금 적립 기준 규정
시행령 등 제정 절차 거쳐 내년 7월19일 시행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앞으로 은행이 가상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을 관리한다.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기 위해서다. 가상자산의 범주에서 전자채권, 모바일 상품권, CBDC와 연계되는 예금 토큰, NFT 등은 제외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7월 19일에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세부내용을 규정하기 위해 동 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 대한 입법예고를 11일 실시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다만 NFT는 명칭이 아닌 실질에 따라 판단되며 명칭이 NFT라고 하더라도 대량으로 발행돼 상호간에 대체가 가능한 방식으로 거래되거나,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 등은 가상자산의 범위에 포함된다.
금융위원회. [사진=뉴스핌DB] |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서는 법률이 위임한 세부사항을 규정한다. 첫째, 전자채권과 모바일 상품권,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연계되는 예금 토큰, NFT(Non-Fungible Token) 등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적용이 배제되는 대상을 추가했다.
둘째, 이용자 예치금 관리기관과 운용방법을 규정했다. 시행령에서 예치금 관리기관은 금융회사의 공신력과 안정성, 현행 예치금 운영체계 등을 고려해 은행으로 정했다. 관리기관인 은행은 예치 또는 신탁 받은 이용자의 예치금을 자기재산과 구분해 자본시장의 투자자예탁금과 동일하게 국채증권・지방채증권의 매수,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한 채무증권의 매수 등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할 수 있으며, 사업자는 운용수익과 발생비용 등을 감안해 예치금이용료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셋째, 이용자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에 80% 이상 보관하도록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비율 이상을 해킹 등으로부터 안전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시행령 및 규정에서 그 비율을 기존 70%에서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로 상향했다. 사업자는 매월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고 그 중 80% 이상이 콜드월렛에 보관되도록 유지해야 한다.
넷째,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기준을 마련했다. 보험・공제 가입시 보상한도 또는 준비금 적립액은 핫월렛에 보관 중인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정했다. 핫월렛은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에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해킹 등 위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핫월렛에 보관 중인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을 보상한도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러한 보상한도 또는 적립액은 매월 산정하며, 다음 영업일까지 보상한도 상향 또는 추가적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가 일정금액 이하인 경우에 적용되는 보상한도 또는 적립액의 최소 기준도 마련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가상자산사업자(원화 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원, 그 외 가상자산사업자(코인 마켓 거래소, 지갑・보관업자 등)는 최소 5억원 이상을 보상한도로 하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다섯째, 미공개중요정보가 공개되어 내부자거래가 가능한 시점을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에 맞게 규정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감독원 또는 한국거래소 공시 시스템에 중요정보가 공개되고 3시간이 경과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본다. 가상자산시장은 이러한 공시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므로 별도의 기준을 정해 정보 공개여부를 판단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거래소에 중요정보를 공개한 경우에는 공개 후 6시간이 경과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본다. 법정 공시 방법이 아닌 점을 고려해 정보공개 주체를 가상자산사업자로 제한하고, 시간도 3시간보다 길게 규정했다. 또 자본시장과 달리 가상자산은 24시간 거래되는 점을 고려해 18시를 경과해 공개된 경우에는 다음날 오전 9시를 경과한 때에 공개된 것으로 본다.
가상자산 발행자 등이 가상자산 백서(White Paper)를 공개한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중요정보가 공개된 경우다. 이 경우에는 1일이 경과한 때에 공개된 것으로 본다. 다만, 해당 인터넷 홈페이지 등은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최근 6개월 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중요정보가 지속적으로 게재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여섯째,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관한 임의적 입・출금 차단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입・출금 차단이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했다. 시행령에서 정하는 입・출금 차단이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로는 가상자산 관련 정보시스템 등에 전산장애가 발생한 경우, 법원・수사기관・국세청・금융당국 등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요청한 경우, 해킹 등 사고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입・출금 차단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일곱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이상거래 감시의무를 부과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절차를 마련했다. 가상자산시장을 개설・운영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즉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는 경우, 가상자산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 또는 보도 등이 있는 경우 등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 이상거래 감시업무를 수행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즉시 통보하고, 해당하는 혐의가 충분히 증명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통보받은 이상거래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혐의가 발견된 경우 '자본시장법' 체계와 동일하게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통보할 계획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의 처분결과가 나오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검찰과 사전에 협의가 완료되거나 수사기관 고발 또는 통보 후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처분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 및 '가상자산업감독규정'은 이용자의 자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세부적인 기준과 방법을 규정한 것"이라며 "내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행령 등 제정안은 11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7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입법예고 기간 중에는 관계부처, 전문가,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시행령 및 규정의 내용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절차, 과징금 부과기준 등을 규정한 '가상자산조사 업무규정'도 곧 규정제정예고를 진행하는 등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시기에 맞춰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