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능 결과 발표
너무 어렵게 출제된 '불수능 논란'
2019년도 불수능 논란에서는 '사과'…올해는 '문제 없다'
"내년 사교육 찾는 수험생들 크게 늘 것"
[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너무 어려운 '불수능'으로 확인됐지만, 교육부는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자평하고 있어 향후 이 같은 출제기조가 유지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고난도 문항인 이른바 '킬러문항'은 출제되지 않았지만, 난도가 무척 높아 향후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교육부가 사교육비 감축을 정책 기조로 삼는 가운데 어려운 수능이 오히려 수험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뉴스핌]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12.07 leemario@newspim.com |
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현재와 같은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웠다. '공통+선택' 과목의 통합수능 체제 도입 이래 가장 어려운 시험이기도 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가장 어렵게 출제된 2019학년도(150점)와 동일했고,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 지난해 수능보다 3점 높았다. 절대평가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4.71%로 전년도(7.8%)에 비해 3.12%p 낮아졌다.
표준점수는 원점수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수험생 본인의 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 점수다. 어렵게 출제되면 원점수 평균이 낮아지기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앞서 2019학년도 수능에서도 난이도 논란이 벌어졌다.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기록했다. 당시 국어 31번이 킬러문항으로 출제되면서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송구스럽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영역의 난이도도 논란이다. 올해 영어 1등급 인원은 2만843명으로 전체 인원의 4.71%다. 2~3등급까지의 비율은 46.84%로 지난해 수능(48.25%)보다 낮아져,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된다.
'킬러문항'에 대한 교육부의 해석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는 성취 기준 등 각종 요소를 결합해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를 내렸지만, 수험생은 풀이가 어려운 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정의한다.
비교적 난도가 낮은 문항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은 보낸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느꼈고, 평가원이 수험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은 어려운 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여기며, 결국 학원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킬러문항 논란으로 오히려 시험만 복잡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렸다. 이날 학부모와 수험생이 고사장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2023.11.25 leehs@newspim.com |
한편 올해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점과 1등급 구분 점수 사이가 국어는 150점~133점으로 17점 차이(전년도 8점)가 발생했다. 수학은 148점~133점으로 15점(전년도 12점)이 벌어졌다.
또 올해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2점으로 전년도(11점)에 비해 크게 줄어 영역 간 유·불리 현상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올해 수능에서는 전문적 내용을 담은 문항을 배제하도록 노력했고 실제 배제했다"며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은 이루어졌지만, 3등급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