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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제정치 전문가들 "미중경쟁, 군사 충돌 없으나 장기간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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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NEAR 글로벌 서베이 보고서 발표
서베이 주제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세계 국제정치 전문가 다수가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과 관련해 당분간 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없을 것이나 장기간의 갈등 지속을 예상했다는 서베이 보고서가 나왔다.

동북아시아 등 국제정세를 연구하는 민간 독립 싱크탱크 니어재단(NEAR 재단)이 5일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파편화된 세계 속 질서를 위한 경쟁'을 주제로 발표한 '2023 NEAR 글로벌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심층 설문조사에 참여한 세계 각 지역의 40여 명 전문가 중 가장 큰 비율인 35%는 미중갈등이 실제 군사적 충돌 없이 대만해협 문제 등을 계기로 장기간의 갈등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시간 15일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전문가 응답자 20%는 군사적 충돌 없이 향후 5~10년 내에 갈등이 봉합돼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했으나, 15%는 같은 기간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이 겹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0%의 응답자는 5년 내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만해협 주변의 긴장과 복잡한 지정학적 동학(dynamics)을 최우선 도전으로 진단했으며, 대부분의 서베이 응답자는 향후 5년 내 미중 간 갈등 봉합이나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미중 간 전략 경쟁 속에서 협력의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기후 변화, 자연재해, 공중 보건 영역 순서라고 입을 모았다. 무역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협력의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으나, 비확산 문제에 관해서는 응답자들간 의견이 엇갈렸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봤다.

니어재단은 "이는 경쟁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니어재단은 이번 서베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각 주제별로 한 명씩 총 다섯명의 최고 전문가를 초청했으며 각 전문가가 서베이 응답과 데이터에 기반해 해당 주제를 분석하고 주요 결과를 제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베이의 큰 주제는 ▲세계의 무질서와 대국 간 경쟁 ▲미-중 간의 새로운 경쟁 체제는 지속적이고 불가피한 것일까?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 ▲인도-태평양 전략과 진화하는 안보 구조 ▲다자주의의 재건 등 5가지다.

◆ "향후 10년이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결정적 시기"

첫 번째 주제인 '세계의 무질서와 대국 간 경쟁'과 관련해 응답자들은 주요 강대국들이 현재의 대립 구도 혹은 전략 경쟁을 장기전(long game)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향후 10년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세계 정세는 냉전 이후의 시대와 구별돼 전례 없는 국제적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에 대해선 ▲지정학적 균형 재편을 시도하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 ▲국제 규범에 도전하고 국제 관계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극화된 세계를 초래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에 불확실성을 부여한 미국 리더십의 상대적 쇠퇴 순으로 꼽았다.

미래 국제체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예측한 시나리오는 자유주의적 다극 세계(A liberal multipolar world)이며,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자유 민주주의 중견국들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지지에 좌지우지되는 틀 내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으로는 파편화된 다극 세계(A fragmented multipolar world)로서 여기서는 미-중 양국의 동시 쇠퇴, 유럽연합의 분열, 러시아의 복수주의적(Revanchist) 태도가 예상됐다.

세 번째로 많은 응답을 받은 시나리오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이 계속 관여하는 약한 양극 세계다.

니어재단은 "흥미롭게도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간에 명확하고 두드러진 권력 분할이 있는 강한 양극 세계로 나타났다"며 "즉 신냉전의 귀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협력과 대립보다 경쟁이 강조될 것이며, 경쟁 분야로는 군사와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한다"고 부연했다.

◆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완전 분리에 회의적"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와 관련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대다수인 83%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며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 대중국 시장 의존도, 지정학적 위험, 그리고 탈동조화와 관련된 예측 불가능한 파급효과 등과 같은 여러 도전과 장애물을 지적했다.

경제안보의 범위를 경제 및 무역 분야 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들의 의견이 43%가 부정적인 견해를, 40%가 긍정적인 견해를, 단 5%만이 중립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 확연하게 갈라졌다.

응답자들은 국가 안보와 경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섯 가지 핵심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섯 가지 기준은 ▲1. 국가 안보의 핵심 분야 식별 ▲2. 해당 핵심 분야에서 해외국가 혹은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 평가 ▲3. 핵심 분야에서의 경제 관계 내 투명성 및 책임성 증진 ▲4. 국가 안보에 대한 공급망 및 경제적 경쟁력에 대한 위험 분석 수행 ▲5. 경제안보에 대한 공동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유사입장국(like–minded nations)들과 국제 기구와의 협력이다.

◆ 인도태평양 전략 안보구조 선호도 지역별로 달라

인도-태평양 전략과 진화하는 안보 구조와 관련해 억제 체제에 대한 응답자들의 선호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및 확장 억제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는 핵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확립된 안보 파트너십의 역할을 반영한다. 유럽 지역에서는 비확산에 가장 중점을 두며, 합의 및 조약, 무기 통제, 그리고 대화 등 협력적 조치를 강조했으며, 아시아와 대양주 지역에서는 확장 억제에 대한 선호도가 현저히 두드러졌다.

아시아식 안보 기구 설립에 대한 방안으로는 느슨하고 협의적이며 신뢰 구축과 예방 외교에 중점을 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형식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응답자들의 비율이 36.54%로, 더 작고 집중적인 협력 체계인 한국–일본–미국, 한국–일본–미국–호주, 그리고 쿼드(Quad)와 같은 소다자주의 개념을 선호하는 응답자들의 비율(30.77%)을 약간 상회했다.

17.31%의 응답자는 한국, 일본, 호주/뉴질랜드 및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구조를 지지했다. 응답자 중 소수인 7.69%만이 현행 양자 중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 "중견국 중심 다자주의 재건 어느 정도 추구 가능"

중견국 중심의 다자주의 재건과 관련한 서베이에서 응답자 중 33%는 현실적인 방안으로서 전략적 자주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31%는 긍정적, 29%는 조건부로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중견국들의 전략적 자주성을 강대국 간 경쟁에서도 어느 정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은 중견 국가들이 전략적 자주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건으로 ▲1. 외교 기술 및 주요 강대국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효과적인 외교' ▲2.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의 다양화' ▲3. 회복탄력성 (resilience)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및 경제적 안정성' ▲4. 의사 결정과정에서 지정학적 요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정학적 이해' ▲5. 세계화의 현실을 인식하고 다자간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제적 참여'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 서베이 결론은 '새로운 공생의 다자주의를 향하여'

니어재단은 서베이 보고서 결론으로 '새로운 공생의 다자주의를 향하여'를 제시했다.

즉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는 '경쟁적 공생의 관리된 국제 질서'로의 전환을 통해 국제 질서의 더 이상의 분열과 파국을 막아야 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신뢰 구축 조치와 '가드 레일'을 시작으로 새로운 잠정적 타협과 절충에 합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유사 입장 국가들이 주요 강대국들에게 긍정적인 경쟁과 공생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데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대서양 헌장'의 초안을 작성해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토대를 닦았듯이, 이 보고서에 요약된 비전과 접근법을 담아 '인도-태평양 헌장'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권한다"며 "이것이 실현될 경우 '인도-태평양 헌장'은 인태 지역과 그 너머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또 다른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2025년 유엔 창설 80주년을 기존 다자기구를 활성화하여 유엔 헌장에 명시된 국제 평화, 개발, 인권이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증진될 수 있는 개혁의 모멘텀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양자와 소다자주의 및 지역주의는 개혁된 글로벌 다자주의와 함께 갈 때 보다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위치한 피롤리 정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걸으며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6 wonjc6@newspim.com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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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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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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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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