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코인 불상장 결정하고 계약금 편취, 엄벌 필요"
이정훈 "계약 이행했는데 일방적 고소"…1심서 무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김병건 BK메디칼그룹 회장에게 빗썸코인(BXA)을 상장해 주겠다고 속여 1200억원대 계약금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실소유주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해액이 1200억원 이상으로 매우 크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00억대 규모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01.03 pangbin@newspim.com |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빗썸을 공동 경영하거나 단독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에 따라 공동인수체라는 희생양을 준비했다"며 "BXA코인 상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계약을 체결했고 내부적으로 불상장을 결정하고도 피해자로부터 2차 계약금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피해자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는 BXA코인 주식을 보유한 채 122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5000만 달러 상당의 채무를 부담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반면 피고인은 범행을 통해 당초 계획한 빗썸의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주식 매매대금 명목의 1222억원과 5000만 달러 상당의 채권 등 막대한 이득을 얻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김 회장이 빗썸 인수를 먼저 제안했다며 김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핵심은 고소인(김 회장)의 채무불이행이고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실체"라며 "피고인의 전 인생이 달린 형사재판에서 고소인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는지 깊이 헤아려 달라"고 했다.
이 전 의장은 최후진술에서 "김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고 직접 만나보니 회사를 잘 이끌어 상장시키면 주식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매도인으로서 계약사항을 모두 이행했지만 김 회장은 대금 지급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했고 믿고 기다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를 고소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많이 느꼈으나 다행히 1심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께서도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 항소심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경 금융당국의 규제로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BXA코인을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당시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서 지급하면 되고 해당 코인은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1심은 계약서에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상장을 확약하는 내용이 없어 김 회장에 대한 기망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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