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못 써도 KT·LGU+ 망 사용 가능
인프라 파괴 시 이동기지국으로 지원
[대전=뉴스핌] 조수빈 기자 = "현재 재난 상황을 고려할 때 재난 로밍과 재난와이파이 개방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SK텔레콤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처 데이터센터가 정전된 상황. SK텔레콤 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재난 상황을 알리면서 재난 상황 대응이 시작됐다.
재난 시연 현장에서 소방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조수빈 기자] |
통신사의 변전시설이 손상된다면 해당 망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까. 화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정답은 '있다'이다. 통신망은 보통 이·삼중 백업체계로 구축돼 있으며 특정 기지국이 망가져도 다른 곳에 있는 기지국을 통해 우회해 접속할 수 있다.
◆재난 로밍·와이파이로 타 통신사와 협력 구축
재난 상황이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경계 이상일 경우 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하면 다른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재난 로밍' 서비스도 있다. 통신사간 상호 백업과 이동기지국 운영 등을 통해 하나의 통신사가 운영 불능 상태가 되더라도 사업자 요청에 따라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2일 대전에서 진행된 '2023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는 재난 상황 당시를 가정한 재난 로밍, 재난 와이파이(Wifi) 개방을 직접 시연했다.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지만 사고가 일어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상황을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다. 우리 정부는 전쟁이나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재난 통신망 대응 메뉴얼의 일환으로 매년 재난대응 안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 대전 둔산사옥에서는 지하주차장의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화재로 인해 대규모 유‧무선 통신망 장애와 함께 인근 변전시설이 피해를 입어 SK C&C 대덕데이터센터에 정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등 현장 위기대응과 범정부 대응‧소통 체계를 종합 점검하기 위해 재난 상황을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상황으로 상정한 후 진행했다.
대전 사옥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 발생 이후 직원 대피와 함께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초기 대응이 즉각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화재 발생위치와 피해 상황을 확인했고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설치해 유관기관에 상황 안내와 협조 요청을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상황 접수 이후 바로 재난 상황을 '경계'로 발령하면서 재난 상황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고객에게 문자나 통신사 웹 페이지를 통해 장애 상황을 고지했다.
SK텔레콤 관계자가 화상으로 재난 상황 보고를 진행 중이다. [사진=조수빈 기자] |
광케이블 복구를 위해 이동기지국 관계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으로 동시·그룹 통화까지
국가 재난안전통신망(PS-LTE) 운영을 통해 경찰, 소방 등 재난 대응 기관의 실시간 소통도 가능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음성·영상 그룹 동시 통화로 실시간 상황을 보고 받고 전달하는 등에 어려움이 없었다. 현장 상황 파악 이후 과기정통부는 재난 상황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추가 대응을 이어갔다.
재난망이나 와이파이는 재난 경계 단계 이후부터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요청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재난 로밍, 재난 와이파이 개방을 통보했고 이동발전기와 이동기지국을 투입해 무선 광케이블의 복구도 진행했다. 현장에서도 '퍼블릭 와이파이 이머전시(public wifi emergency)'로 표기된 와이파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국민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SK텔레콤의 이동기지국 구축 시연도 진행됐다. 재난지역에 장애 기지국을 대체하는 이동기지국을 설치해 무선통신 서비스 긴급복구에 나섰다.
SK텔레콤이 활용하는 드론 활용 방안 소개도 이어졌다. 드론을 활용해 도로가 유실되거나 광케이블 손상이 이루어진 구역에 도로통제 없이도 장애발생 구간이나 복구 경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긴급 복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재난 와이파이가 개방돼 직접 써볼 수 있게 했다. 별도 인증 없이 모든 국민이 사용 가능하다. [사진=조수빈 기자] |
화재 등 재해 상황에서 통신망이 마비되면 더 큰 인명피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현장인 가자지구는 대규모 공습으로 통신망이 완전히 두절됐다. 부상자를 이송할 의료나 구호시설 소통이 늦어지면서 실시간 대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 10월 있었던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반나절 이상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고 매년 여름 수해, 산사태 등으로 인해 통신 두절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통신망의 재난 대응 능력이 꾸준히 요구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후 있었던 해킹사고를 언급하며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무수한 훈련을 지속하며 경기 시작 전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었다"며 "재난은 찾아오기 마련이니 극복과 예방을 위해선 실전과 같은 훈련을 자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훈련에 대해서는 "재난 초기에는 통신이 불안정하기에 장애고지를 웹이나 SNS에 한다면 이용자들의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난 초기에 유용한 홍보 방법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난 로밍이나 와이파이 이용 시 많은 인원이 몰리는 트래픽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