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첫 재판서 무죄 주장
"공정위 조사 결과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그룹의 급식 분야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측이 "급식 불만을 해결하라고 했을 뿐이고 부당지원으로 볼 수 없다"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3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실장과 박모 웰스토리 상무,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 법인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스핌DB] |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공소사실 요지와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은 2012년 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에버랜드를 상장시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추진했다"며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실장이던 최지성 피고인은 에버랜드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계열사 간 수의계약을 통한 내부 급식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라고 이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에버랜드 산하 급식사업부였다가 2013년 12월 물적분할을 통해 에버랜드 자회사가 됐다.
반면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공정위조차 2년6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급식 사업이 잘되면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합병에 유리하다는 건 검사의 막연한 추측과 상상이고 단체급식 사업이 에버랜드 합병에서 중요 역할을 한 적 없다"고 했다.
또 "이미 단체급식 1위 사업자로 대규모 거래를 할 능력이 충분한 삼성웰스토리와 1997년부터 하던 기존 거래를 갱신한 사안"이라며 "법리상 규모형 지원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거래조건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자체로도 최 전 실장은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급식 불만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을 뿐 수의계약 체결을 통한 부당지원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부당한 지원 의도를 가지고 거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달 28일 다음 기일을 열고 공정위 직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실장 등은 지난 2013~2020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4곳을 동원해 2조원대 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박 상무는 2018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고 공정위 현장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상무가 2017년 9~10월 웰스토리 지원팀 소속 직원들에게 영구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수', '회장', 'JY(이재용)',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 키워드가 포함된 파일을 삭제하게 하고 이듬해 7월에는 지원팀 관리그룹 소속 직원들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영구삭제 기술)'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삼성전자 등 계열사 4곳과 삼성웰스토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최 전 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이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