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CB 전환청구권 행사…주가가 전환가액 밑도는데 '의문'
부진한 주가 흐름 지속될 경우…투자 손실 불가피
풋옵션 행사 안해…원금 보존 기회 날려
초전도체 관련 이슈 및 실적 기대감이 주가 상승 동력
[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코스닥 상장사 탑엔지니어링 전환사채(CB) 투자자가 전환가액보다 낮은 주가에서 보통주 전환 청구에 나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탑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신주 상장일에도 전환가액 대비 주가가 낮게 지속될 경우 평가손실이 불가피한데다, 신주가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로 작용해 주가를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탑엔지니어링은 40억원 규모의 3회차 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보통주로 전환되는 주식은 67만825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4.08%에 해당한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6410원이며,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10월 27일이다.
3회차 CB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탑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7월 유진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금융사들을 상대로 표면·만기이자율 0%, 총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발행 당시 CB 전환가액은 9150원이었지만, 탑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전환가액은 최저한도인 6410원까지 리픽싱(재조정)됐다.
주목할 점은 주가가 전환가액 대비 낮은 수준에서 CB 전환청구가 행사됐다는 것이다. 이날 탑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전환가액보다 4.2% 낮은 61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전환청구권 행사는 주가가 급등, 전환청구가액을 크게 상회할 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전환청구가액과 주가 사이의 차익을 노려 CB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신주 상장일에도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 경우 평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주가 오버행리스크로 작용해 손절매성 매도로 번질 수 있다. 이럴 경우 CB투자자는 2년 동안 무이자로 자금을 융통한 가운데 투자 손실과 기회비용도 날리게 된다.
특히, 의아한 부분은 CB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CB는 발행 후 2년이 되는 시점인 지난 7월 13일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CB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하게 원금을 보존할 기회를 버린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B 투자자가 탑엔지니어링의 주가 상승을 전망하고 전환 청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초전도체 관련 이슈와 실적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탑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4000~5000원대에서 거래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8월 초전도체 테마에 엮이면서 주가가 1만원대 초반까지 단숨에 급등하기도 했다.
탑엔지니어링이 초전도체 테마에 엮이게 된 것은 자회사 파워로직스의 지분 관계 때문이다. 지난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는데, 파워로직스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 11.5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탑엔지니어링은 최근 3년간 대규모 적자를 지속한 가운데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탑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114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도 확인해야 하겠지만 4년 만에 흑자전환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최근 탑엔지니어링은 수직형 마이크로 LED 비접촉식 검사 장비와 전장용 본딩 장비를 개발하며 매출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2차전지 등 다양한 장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탑엔지니어링은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전문 기업으로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펜서(액정분사장비) 장비와 LC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글라스 커팅 장비(절단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 CI. [사진=탑엔지니어링] |
yo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