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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AG 리뷰] 뿌린대로 거둔 수영... 힘 못쓰는 격투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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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농구, 배구... 희망 쏜 육상, 다이빙
세계를 든 북한 역도, 강자로 떠오른 인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아시아 대륙의 스포츠 축제가 막을 내렸다. 16일간의 열전 속 금메달 483개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16일간 항저우를 밝힌 성화는 8일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오후 9시에 치러지는 폐회식은 항저우 조직위원회가 2026년 20회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일본 아이치·나고야 조직위원회에 대회기를 이양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메달 종합 3위에 올랐다. 불모지에서 금밭이 된 한국 수영의 약진이 주목을 끌었다. 금메달 6개을 딴 수영은 뿌린만큼 메달을 수확했다. 오랜 시간 효자였던 격투 종목의 부진은 여전했다. 중국의 집안 잔치에 일본은 팔짱끼고 지켜봤고 인도는 강자가 되어 나타났다. 1년 지각해 치러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남긴 걸 무얼까.

◆ 뿌린대로 거둔 수영

한국수영은 '박태환 키즈'라는 비옥한 토양에 피와 땀을 투자했다. 14종목에서 한국 신기록 14개, 금메달 6개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유찬(남자 자유형 50m), 백인철(남자 접영 50m)이라는 깜짝 스타를 배출했다. 김우민은 3관왕에 오르며 한가위를 밝혔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우민이 지난 29일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9.29 psoq1337@newspim.com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지유찬이 지난 25일 열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5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09.25 psoq1337@newspim.com

황선우는 '황금세대의 선봉장'답게 6개 종목에서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계영 800m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혼계영 400m와 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자유형 100m와 혼성 혼계영 8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 수영은 메달 22개(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따 수영 경영에서 단일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을 남겼다. 육상만큼 메달이 많이 걸린 수영의 역영은 큰 수확이다.

◆ 힘 못쓰는 격투 종목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는 금메달 5개를 수확했다. 태권도를 제외한 격투 종목인 레슬링, 복싱, 유도는 전통의 메달밭에서 메달 불모지가 됐다. 세대교체 실패 등 악재 속에서 이번 대회에서도 힘을 못썼다. 레슬링, 복싱, 유도 3종목 통틀어 금메달은 달랑 1개다. 유도 김하윤이 없었으면 빈손이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하윤이 지난 26일 열린 유도 여자 78㎏ 이상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기뻐하고 있다. 2023.9.26 psoq1337@newspim.com

여자 78㎏ 이상급 김하윤이 부상 투혼으로 한국 유도를 '노골드' 벼랑에서 구했다. 레슬링은 '간판'이 모두 무너졌다. 노장 투혼만으론 역부족이란 걸 실감했다. 남녀 3개 종목 18명이 출전해 달랑 동메달 2개다. 한국 레슬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은메달도 따지 못한 건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57년 만이다. 복싱도 남녀 13명이 링에 올라 동메달 1개에 그쳤다. 92㎏급 정재민이 딴 유일한 복싱 메달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복싱 남자부에서는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헝그리 정신'으로 4년간 뿌린 땀을 매트와 링에서 '눈물의 메달'로 보상받던 장면은 추억의 흑백필름만큼 아련하다.

◆ 추락한 농구와 배구

인기 종목 축구는 일본을 누르고 3연패를 달성했다. 야구도 대만을 꺾고 4연패를 이뤘으니 잘했다. 금메달 11개짜리와 9개짜리를 우승했으니 신난다. 하지만 야구는 예선에서 늘 한 수 아래로 보던 대만에 영봉패 당한 건 씁쓸하다. 사회인 야구단으로 꾸린 일본엔 진땀 빼며 이겼다. 축구, 야구와 더불어 연봉 높은 프로선수가 나선 농구와 배구는 무척 실망스럽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하윤기(왼쪽)가 지난 30일 열린 남자 농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 선수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2023.9.30 psoq1337@newspim.com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8강리그 중국과 경기 중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남자 농구는 4강에도 못 들고 일찍 짐을 쌌다.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다. 여자는 북한을 누르고 동메달을 땄지만 17년 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녀 배구는 충격이다. 남자는 인도와 파키스탄에도 무릎꿇고 아시아 변방으로 밀려났다. 17년 만에 금메달을 딴다는 출사표는 '금빛 신기루'였다. '날개 잃은' 여자 배구는 예상된 추락이었다. 베트남에 '리버스 스윕패'를 당하더니 중국에 셧아웃 당해 역시 17년 만에 '노메달' 굴욕을 맛봤다. 높은 인기와 몸값에 비해 성적이 초라하다. 어떤 종목이든 세계 트렌드를 공부하고 세계와 교류하면서 전력 분석 능력까지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 믿었던 핸드볼의 부진

구기 종목 중 핸드볼은 아시안게임 때마다 '떼논 금메달'이었다. 지난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파리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한국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여자 핸드볼이 정식 종목이 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해가 최초다. 여자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2010년 광저우에서는 남자가 우승했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일본선수들이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한국을 이기고 기뻐하고 있다. 2023.10.5 psoq1337@newspim.com

이번 대회에서 남자는 4강에도 들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은 결승에서 2진으로 꾸린 일본에 10점차 충격의 대패를 당했다. 8월 일본에서 치른 파리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1점차로 이긴 일본에게 2개월 만에 참패당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일본에 진 건 13년 만에 처음이다. 남자 핸드볼은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는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했지만 남자는 파리 가는 길이 험난하다.

◆ 열정으로 희망 쏜 다이빙, 육상

육상과 다이빙은 메달밭이다. 한국 다이빙과 육상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긴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한국 다이빙은 우하람, 이재경, 김수지를 앞세워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얻었다. 역대 단일 아시안게임 최다인 메달 6개를 수확했다. 10개의 금메달 등 16개의 메달을 휩쓴 중국에 이어 메달 순위 2위다. 말레이시아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로 메달 순위 3위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고승환이 3일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위로 골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0.3 psoq1337@newspim.com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태희가 지난 29일 열린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3위에 오른 뒤 태극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2023.9.29 psoq1337@newspim.com

육상에선 의미있는 메달과 기록이 나왔다. 이정태, 김국영, 이재성, 고승환이 이어달린 남자 400m계주팀은 38초74 한국 최고 기록 타이로 37년 만에 '천금같은 동메달'을 땄다. 16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한국 최고 스프린터' 김국영은 '마지막 댄스'를 추고 눈물을 흘렸다. 우상혁은 높이뛰기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르심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스마일 점퍼'는 "이젠 파리서 이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낭랑 18세' 김태희는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4m14를 던져 처음 참가한 성인 국제대회에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 여자 해머 사상 첫 메달을 딴 김태희는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육상 48개 종목에서 한국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지만 희망을 쏘아올렸다.

◆ 새 역사 쓴 북한 여자 역사

5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여자 역도에서 초강세를 보였다. 특히 여자 역사(力士)들은 세계 역도의 새 역사(歷史)를 썼다. 출전한 5개 출전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들어올렸다. 49kg급 리성금, 55kg급 강현경, 59kg급 김일경, 64kg급 림은심, 76kg급 송국향이 포디움 맨위에 섰다. 여기에 세계신기록도 3개를 갈아치웠다. 북한 남자 역도 선수들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리성금이 지난 30일 열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49㎏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울고 있다. 2023.9.30 psoq1337@newspim.com

5년 공백의 베일을 벗은 북한 스포츠의 성적은 예상보다 좋았다.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를 합쳐 39개의 메달을 따 자카르타·팔렘방 때 획득한 36개 메달(금·은·동메달 각 12개)을 넘어섰다. 북한은 5년 전 대회에서 역도에서만 금메달 8개를 수집해 종합 순위 10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역도에서 금메달 6개를 휩쓸고 여자 기계체조(2개), 복싱과 사격에서 각각 1개씩의 금메달을 캐내 종합 10위를 유지했다. 북한의 성적은 나빠지지 않았지만 선수단의 매너는 나빠졌다. 취재진의 질문엔 일관되게 입을 다물었고 포디움 위에선 웃지 않았다. 5년 전 단일팀을 이뤄 화기애애했던 남북한 선수들의 분위기와 달리 시상대 위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냉담했다. '신냉전' 국제 정세 속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강자로 떠오른 인도

중국은 안방에서 치른 이번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200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은메달 111개, 동메달 71개로 모두 382개를 쓸어담았다. '중국 운동회'를 방불케했다. 한국, 일본이 어느 정도 활약해 예전처럼 '한중일 대회'처럼 치러진 가운데 14억 인구 인도의 부상은 이채롭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인도 남자 하키대표팀이 6일 남자 하키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5 psoq1337@newspim.com
컴파운드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인도 대표팀. [사진 =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인도는 금메달 28개, 은메달 38개, 동메달 41개로 종합 순위 4위에 올랐다. 사상 첫 금메달 20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사격에서 7개, 육상에서 6개, 양궁에서 5개를 수확했다. 컴파운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며 양궁 종합 순위서 한국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도가 역대 단일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최다 금메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때의 16개였다. 괄목 성장이다. 초대 아시안게임 개최국이었던 인도는 1951년 뉴델리 대회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상위권이었다. 중국에 버금가는 14억 인구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3년 뒤 일본에서 열릴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 강건너 불구경한 일본

중국의 집안 자랑에 일본은 관심이 없었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우리는 이번 대회 금메달 몇 개를 따겠다는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종목별 상황에 따라 체조나 육상 등은 2진급 선수들을 보냈다. 레슬링도 1.5군급 선수들이 출전했다"고 밝혔다. 수영, 탁구등 일부 종목만 1진 선수들이 출전했다는 것이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북한을 꺾고 우승한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이 6일 여자축구 결승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6 psoq1337@newspim.com

일본 언론 역시 항저우에 많은 인력을 보내지 않았고 취재 열기도 미미했다. 일본은 '아시아 동네 운동회'보다 내년에 열리는 '파리 세계운동회'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시아 1등보다 서구와 상대해 세계 1등을 하겠다며 아시안게임을 강건너 불구경한 셈이다. 금메달 후보만 엄선해 출전시킨 한국과 중국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힘 빼고 덤빈 일본은 금메달 52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69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한국보다 금메달이 10개 많다. 대한체육회의 고백대로 일본은 최근 많은 종목에서 한국을 앞서는 게 확실하다.

◆ 인기 종목 TV중계 편식 여전

이번 대회는 지상파 3사, TV조선, 스포티비 5곳에서 중계했다. 채널은 5개로 늘었지만 인기 종목에 편중된 중복 방송은 여전했다. 축구, 야구 한국대표팀이 경기할 때는 우르르 몰려 중계했다. 비인기 종목 중계 외면은 반복됐다. 한국선수의 메달 유력 종목에만 매달리는 것도 여전했다.

한국과 중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 모습.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이번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비인기 종목인 하키, 럭비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페이커' 이상혁의 출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일부 방송을 생중계했다. 인기없고 생소하지만 참신하고 특이한 종목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대회조직위가 중계 제작을 외면해 대회 첫날 근대 5종 개인, 단체 석권 모습을 보지 못한 점도 아쉽다.

psoq133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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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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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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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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