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50엔이 환시 개입 '임계점' 주장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컨퍼런스 연설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엔화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진 가운데, 155엔 전망까지 나와 관심이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BOJ)의 금융 완화 기조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6개월 안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46.75엔까지 오르며 작년 11월 9일 이후 최고(엔화 가치 최저)를 기록한 뒤 장 후반 146.51엔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9월 일본 정부가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의 환율(1달러당 145.9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BOJ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 조작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한선을 사실상 1%로 확대하며 통화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했지만, 파월 의장이 긴축 장기화 전망을 키운 탓에 엔저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시장은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 반영 중이다.
한국시간 기준 29일 오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11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50~5.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50.9%로 봤다. 50bp 인상 확률 11.4%까지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60%를 넘는 것이다.
미일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엔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골드만은 "BOJ가 금리 인상을 계속 멀리하고, 일본 증시가 비교적 잘 지지를 받는다면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미국 성장세 개선 전망 역시 엔화 약세를 부채질한다고 평가했다.
역으로 골드만은 BOJ가 예상보다 빨리 긴축으로 전환하거나 당국의 환시 개입 조치가 나올 경우 155엔 약세 전망은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내년에는 엔화가 135엔 수준까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엔화와 일본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짓눌리는 엔화, BOJ 개입 나설까
엔화 약세 기조가 강화되면서 BOJ와 당국의 개입 압박도 커지고 있다.
잭슨홀 이전까지 전문가들의 판단은 일본 당국이 섣불리 엔 약세 저지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과거 일본의 외환 정책을 총괄해 한때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외무성 차관은 이달 초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당국이 최근의 엔화 약세 분위기에 비교적 만족해 구두 개입 등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인터뷰 당시 달러-엔 환율은 142엔 정도였다.
사카키바라는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통화정책으로 양국 간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내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2년래 최저 수준인 달러당 160엔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잭슨홀에 앞서 JP모간은 일본 재무성이 약 145엔 수준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엔 매수 개입의 임계값 수준은 약 150엔"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개입 이후로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즈호 증권 외환 전략 대표 야마모토 마사후미 역시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에 대해 작년 9월이나 10월만큼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다만 일본 경제 악화로 정부 지지율이 낮아진다면 개입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BOJ의 다음 회의는 9월 21일과 22일 예정돼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