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 "소개 다 해주고 마지막에 배제돼…수수료 한푼도 못받았다"
1심 재판부 "중개행위가 매매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보기 어려워" 원고 패소 판결
중개업자 "항소 후 끝까지 싸울 것…단체 행동도 생각 중"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코로나 팬데믹 수혜기업인 질병 검사 전문의료기관 씨젠의료재단이 본사 이전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와 중개 수수료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수료는 14억 400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씨젠의료재단은 현재 L중개사무소 대표 A씨와 중개수수료 청구와 관련한 건으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1심에서 승소한 씨젠의료재단은 상장사 씨젠의 오너인 천종윤 대표의 동생인 천종기 씨가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회사다.
중개업자 A씨는 "재단 측은 기존 사무실보다 확장된 공간으로 이전하기 위해 A씨에게 부동산 매수중개를 의뢰했다"며 "씨젠이 제시한 여러 조건들을 종합한 뒤 2군데로 매물을 추렸고, 재단은 이 중 한군데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씨젠 연구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씨젠의료재단 분자진단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분석·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A씨는 재단은 마지막 단계인 금액의 세부조정과 계약서의 작성만 남게 되었을 때 자신을 배제한 채 건물주인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직속 계약에 돌입했다며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반면 재단 측은 재판과정에서 "금액차를 좁히지 못한 A씨가 먼저 중개업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재단과 PFV측 매매대금에 200억의 간극이 있었고 A씨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재단이 제시한 금액으로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를 중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중개행위를 포기했고, 이후 재단이 PFV와 직접 교섭해 1600억원으로 계약을 체결했기에 재단은 A씨에게 중개수수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재단 측에 이 사건 건물을 소개하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인 사정만을 들어 A씨 중개행위로 인해 피고들 사이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에 A씨는 "매물을 찾고, 중간에서 설득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다 해놓고 마지막에 와서 금액 조정을 못한다고 중개를 포기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중개를 포기한 적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재단 측에서 유명 로펌을 고용해 한 개인을 완전히 묵살하려는 태도가 아니냐"라며 "커피 하나 안 얻어먹고 계약 이후 수수료를 받기 위해 긴 세월을 투자했는데 돌아오는게 이런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공론화시키고 부동산 업자들 단체 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에 대해 "A씨는 매매 대금의 간격을 맞추지 못해 중개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이 사건 매매 계약은 재단이 직접 교섭해 체결했기 때문에 재단으로서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해당 내용은 이미 1심 재판에서도 주장한 바 있고 증거 역시 제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