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서울 강남에서 피해가 없었죠."
지난달 만난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였다. 자동차 침수 피해가 많아 보험사 부담도 커지지 않겠냐고 묻자 대뜸 서울 강남 얘기를 꺼냈다. 비싼 자동차가 많은 서울 강남에서 침수 피해가 없었지 않았냐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자동차 손해율 상승은 없을 것 같다고도 예상했다.
손해보험사는 여름철 기상 정보를 예의주시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요동쳐서다. 장마와 태풍, 폭염이 있는 여름청에는 손해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자동차 관련 보험 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역대급으로 내린 비에 70%대를 유지하던 손해율이 80%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8월8일부터 이틀 동안 1시간당 최대 141.5㎜ 내린 비로 자동차 침수 피해 8600건이 발생했다. 피해 손해액만 1184억원에 달했다. 5억원짜리 페라리, 2억3000만원짜리 벤츠S클래스 등 서울 강남에서 고가 자동차 침수 피해가 많았던 영향이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2.13 ace@newspim.com |
손해보험사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장마 피해는 크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지난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자동차 침수 피해는 1453건에 그쳤다. 추정 손해액도 전국 134억원으로 지난해 약 11%에 불과했다. 집중호우가 서울을 비껴간 영향이 컸다. 서울 자동차 침수 피해는 53건(전국 1453건)에 불과했다. 지난 6월까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2%를 보였다.
안심했던 손해보험사는 기상 정보를 주시하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수 있다는 예보가 있어서다. 지난해에도 태풍 피해로 자동차 침수가 다수 발생했다. 지난해 8월 태풍 '힌남노'가 국내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차량 침수 5887건(손해금액 약 478억원) 피해를 남겼다. 힌남노 피해로 지난해 9월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0.9~2.6%포인트 올라 83.4%까지 상승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일본 기상청은 카눈이 오는 10일 오전 경남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한 후 11일 오전 3시 서울을 통과해 북한으로 이동한다고 예보했다. 태풍 피해를 예방하지 않으면 고가 자동차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지대 시설물 점검, 배수로 정리 등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장마는 지나갔고 8~9월 태풍 피해만 없으면 된다"며 "태풍 피해 예방만 잘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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