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국 요구 사실상 거부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3일 동안의 회담에서 중국 지도자들에게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책을 시행하도록 촉구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케리 특사를 만나지도 않았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 연설에서 "중국은 중국이 세운 목표대로 탄소배출량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경로와 방법, 그리고 그 속도와 강도는 우리 자신이 결정하고 정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언명에 대해 케리 특사는 19일 "미국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지시하지 않으며 지시하는 게 있다면 그건 과학이다. 우리 모두는 과학 차원에서 정보를 얻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솔직한 대화를 가졌으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대화 자체가 진전이며 방중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케리 특사는 중국이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 가스 유전, 탄광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메탄 저감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으나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 중국은 31%를 배출하고 있는데 중국의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2년 동안 많은 탄광을 개발하며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케리 특사는 중국 관리들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양국 관계와 분리해 다뤄야 양국이 기후 변화 위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정 부주석에게 "기후는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위협으로 따로 다뤄야 하는 별개의 문제"라는 미국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8일 케리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기후 문제에 대한 양국간 협력은 미중 관계와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긍정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며 대만 문제 처리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케리 특사를 초청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좌)가 17일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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