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소 없는 사건…사기 피해 발생 의문"
검찰 "자기자본 없이 부동산 매수, 필수 역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사망한 이른바 '1000채 빌라왕'의 명의를 이어받아 전세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지 임대인 측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은 위법하지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19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지 임대인 변모(63) 씨와 전 법무사사무실 사무장 강모(46) 씨, 전 부동산중개보조원 조모(39) 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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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무자본 갭투자를 범죄행위로 구성하고 기소했으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적법한 행위로 위법한 사기 범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다는 범의도 없었다"며 "임대차보증금 완납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 시기일 텐데 피고인이 그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행위는 불가벌적 행위로 사기죄의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이 등기 업무를 하면서 일부 명의비를 전달한 것은 있으나 '업 계약'이 가능한 빌라를 알선·공급하거나 세입자 계약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새로 선임돼 기록 파악을 마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변씨 측 주장에 대해 "변씨와 같이 자기자본 투자 없이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이 없다면 임대차 계약은 이뤄질 수 없고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교부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보증금 지급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씨 측은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고소한 사건이 아니고 인지 사건인데 사실상 피해가 발생했는지 의문이 있다"며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 내용을 보면 피해자들은 모두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고 심지어 계약 만료기간이 돌아오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많고 보증금을 문제 없이 반환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3일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와 조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빌라왕으로 불린 40대 임대업자 김모 씨의 명의를 이용한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리베이트 수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씨가 세금 체납, 임대차보증금 반환 불능 등으로 임대수익 사업이 어려워지자 변씨를 새로운 명의자로 모집해 함께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 매매대금을 내는 투기 방식이다. 김씨는 수도권 인근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검찰은 공범들간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피해자는 총 277명, 피해금액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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