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37명 전세보증금 80억 편취 혐의
"20~30대 신뢰 이용, 막대한 손해 입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다 지난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모(38)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피해자들의 75% 이상은 사회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20~30대"라며 "피고인은 임대차보증금이 당연히 반환될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이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일부는 보증보험으로 변제를 받았고 피고인이 10명의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그 금액은 합계 21억원 정도로 전체 피해금액인 80억원의 4분의 1에 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이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담보대출 규제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모든 위험을 전가한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임대차 목적물 처분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고 합의한 부분도 있다"며 피해자들의 배상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신씨는 무자본 갭투자자인 김모 씨와 공모해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자신의 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집주인(빌라왕) 여러 명을 두고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인 뒤 임차인 37명의 임대차보증금 총 80억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자본 갭투기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건축주에게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리베이트 취득을 목적으로 김씨와 같은 무자본 갭투자자를 모집했고 김씨는 빌라 457채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 측은 재판에서 "김씨의 자력이나 임대사업능력 등 확인을 소홀히 하고 매수를 진행해 다수의 피해자가 나온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이 사건의 주범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도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강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바지 집주인 중에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제주에서 사망한 빌라왕 정모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