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리버풀 클럽서 열려... 전장 길어지고 벙커 늘려
매킬로이 파워랭킹 1위... 156명 클라레 저그 쟁탈전
한국 임성재 등 7명 나서... 재미교포 한승수도 출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벙커를 피하고 바람을 읽어라. 스코티시오픈에서 샷감을 조율한 남자골프 세계 톱랭커들이 '메인 이벤트' 디오픈(총상금 1650만 달러)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20일(한국시간) 개막하는 163년 역사의 최고(最古)의 메이저 대회에서 클라레 저그(Claret Jug)를 놓고 출전 선수 156명이 경쟁한다.
2023 디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전경. [사진 = 디오픈] |
이번 대회는 나흘간 영국 잉글랜드 위럴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1·7383야드)에서 치러진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우승한 2014년 대회에 이어 9년 만에 열리는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은 올해까지 13차례나 디오픈을 개최한 명문 코스다. 링크스 코스답게 강한 바람, 깊은 러프로 유명하다. 어른 키만큼 깊은 항아리 벙커를 늘려 총 81개가 곳곳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 게다가 2014년보다 코스 전장을 늘리고 기준 타수는 줄였다. 파72에 7312야드에서 파71에 7383야드로 바뀌었다. 2014년에는 마지막 2개 홀인 17, 18번 홀이 파4와 파5로 설정됐는데 올해는 17번홀이 136야드 파3로 바뀌었고 18번홀은 그대로 파5지만 거리가 551야드에서 609야드로 늘려 경기 막판 변수를 키웠다. 로열 리버풀 클럽의 문장(紋章)에 적힌 말처럼 '멀리 똑바로'(Far & Sure)'쳐야 살아남는 코스다.
2014년 디오픈에서 우승한 매킬로이. [사진 = 디오픈] |
PGA 투어가 18일 예상한 이번 대회 파워랭킹 1위는 17일 '디오픈 전초전' 스코티시오픈을 제패한 매킬로이다. 9년 전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클라레 저그를 품은 좋은 기억이 있다. 특유의 장타력과 정교해진 퍼팅을 앞세워 최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 우승 1순위로 꼽혔다.
이어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디펜딩 챔피언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파워랭킹 2, 3위에 올랐다. 셰플러는 스코티시오픈에서 안병훈과 공동 3위를 차지하며 링크스 코스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스미스는 지난해 디오픈 우승 이후 LIV 골프로 이적했다. 스미스는 LIV소속 선수이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최초의 선수가 됐다.
티럴 해튼(잉글랜드)이 4위, 리키 파울러가 5위,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가 6위, 존 람(스페인)이 7위로 뒤이었다. LIV소속 선수로는 스미스와 켑카를 비롯해 더스틴 존슨(미국)이 파워랭킹 10위에 포진해 있다. 지난 6월 PGA 투어와 LIV 골프가 전격 화해했지만 매킬로이는 최근 "LIV에서 골프를 쳐야 하게 되면 은퇴하겠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이번 대회에서도 PGA 투어와 LIV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이경훈, 안병훈, 강경남, 김비오가 나온다. 지난 6월 한국오픈 우승으로 출전권을 딴 재미교포 한승수도 나선다.
극적으로 디오픈 출전권을 따낸 안병훈. [사진 = PGA] |
안병훈과 김주형의 상승세가 기대된다. 지난 17일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공동 3위에 올라 극적으로 디오픈 출전권을 따낸 안병훈은 경기 후 "원래 일찍 돌아가는 일정이라 여분의 옷이 없다. 오후 내내 빨래만 할 것 같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위해 가져온 두꺼운 옷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빨래만 하면 디오픈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주는 티샷부터 그린까지 플레이가 잘 됐고 샷감도 돌아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PGA 투어에서는 아직 우승이 없는 안병훈은 지난 4월 발레로 텍사스오픈 공동 6위 이후 9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며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스코티시오픈에 브룸스틱 퍼터를 들고나와 완벽한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브룸스틱 퍼터 덕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단독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첫 출전해 공동 47위로 마친 '막내' 김주형(세계 24위)의 대담한 플레이도 볼거리다. 지난 6월 중순에 열린 US오픈에서 메이저 첫 톱 10(공동 8위) 성적을 거두는 등 어려운 코스와 큰 무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임성재는 지난 대회 공동 81위에 그쳤지만 한국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23위로 언제든 메이저 우승에 도전할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김시우(세계 36위)는 지난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15위에 올랐다. 강경남은 한국오픈 준우승으로, 김비오는 아시안투어 월드시티챔피언십 공동 4위에 올라 디오픈 출전의 영예를 안았다.
많은 한국 선수가 클라레 저그에 도전했지만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2007년 대회에서 최경주가 공동 8위로 마친 게 최고 성적이다. '골프 천재'라 불렸던 한승수를 비롯한 코리안 골퍼 8명이 비틀즈의 고향이자 프로축구로 유명한 리버풀의 링크스에서 강풍을 뚫고 멋진 샷을 날려 맏형 최경주의 성적을 뛰어넘길 기대한다.
psoq1337@newspim.com